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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내리던 봄날,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나를 괴롭혔던 그에게 말이죠.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밝힐 수 없습니다. 그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의 괴롭힘이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그의 경멸하는 눈빛이 무서운 것뿐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하였을 때, 그의 반응이 어떨지 너무나, 너무나 두렵고 무섭습니다. 마치 벚꽃처럼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종잇장 마냥 구겨질까 두렵습니다.
결국 저질러버렸습니다. 그에게 사랑을 전해버렸습니다. 두려웠지만 막상 그에게 사랑을 전하니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나를 향한 그의 경멸조차 이젠 무섭지 않습니다.
어쩌다보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어쩌다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날 불러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결국, 결국 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그에게 사랑을 전하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그래도, 그래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더라도 마음만은 꼭 전해야 했습니다.
다음에 그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반드시 그와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랍니다. 그가 지금부터라도 올바르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내게 모질게 대했지만, 나는 그가 행복하다면 됐습니다. 그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가 날 잊더라도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벚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이런 날에 최후를 맞이하게 되다니, 나의 인생도 정말 비극 중에서도 비극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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