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시리기만 한 이 계절이 끝나면 우리는
ー
아스팔트에 겨울이 엎질러졌다.
무릎까지 차올라서
한 발 내딛기가 힘들다.
겨울이 끝없이 내려
도시를 씹지도 않고서 집어삼켰다.
ー
목련은 겨울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불 꺼진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 하나 없이
겨울은 너무 어두웠기에
태양이 게을러진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착각.
.
.
.
둘뿐만인 도시.
꽃도 개화하지 않네.
누군가 봄을 훔쳐 갔다.
겨울은 한없이 시리기만 하니
어서 목련이 개화할 수 있게 해주세요.
ー
난방도 불도 잘 켜지지 않는다.
꽤 오래되었으니 그럴 만도 한가.
다 헤져가는 목도리.
과연 목련과 겨울은 지속되는 한파를 견딜 수 있을까요?
꽤 영구적인 겨울입니다.
.
.
.
또다시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쌓일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겨울은 유리 너머로 쏟아지는 눈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야 기필코 저 깊은 심해의 반절까지 차오를까.
겨울은 심오하고도 헛된 공상을 즐겼다.
기온이 떨어진다.
아, 역시 온기가 필요한가.
굳게 닫힌 잿빛 방문은 열릴 생각조차 없고···.
겨울은 뼈가 도드라진 손을 꽉 쥐었다.
목련의 손도 제 손만큼 시릴까.
열 시 삼십 분.
적당한 아침이다.
···잠꾸러기 목련.
겨울은 한참을 고민했다.
목련이 겨울을 반길 수 있을지는
희대의 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주 본다는 건 이미 불편한 옛일이 되어있었다.
얼어붙는 산소.
목련마저 얼어버리면 겨울의 탓인가요?
겨울이 짊어진 목련은 마냥 시리기만 한 탓에···.
겨울보다 시린 목련.
생존하기를 희망합니다.
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목련은 운다.
오래도록 운다.
하릴없이 운다.
겨울과 벽 하나를 두고
목련은 운다.
목련의 울음은 한없이 안온한 산들바람을 닮아서
결국 겨울은 모르겠지만.
다만
설령 안온하지 않다 해도
목련의 울음은 겨울에게 울릴 수 없다.
꽤 비참하게도, 그건 오래전부터 정해진 필연이었다.
필연은 늘 그렇다.
······.
필연이 늘 그렇듯
아득히 먼 언젠가는 원래
시린 겨울이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필연이 늘 그렇듯
목련의 윤곽이 겨울에 희미해질 운명이었고
필연이 늘 그렇듯
겨울과 목련은 끝내 서로를 달리할 운명인가 봅니다.
오류, 그러니까 우연 하나가
필연을 바꿀 수 있을까요.
.
.
.
그리고 그 우연이 목련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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