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o 단편 정병소설 (욕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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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6 22:28조회 62댓글 2한지우
거울은 나를 보지 않는다.
나는 거울을 보지만, 그 안의 나는 나를 모른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꼬리가
나를 수동적으로 웃게 만든다.
나는 웃지 않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넌 누구야?”
나는 물었다.
거울 속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들어 내 목을 가리켰다.

나의 목덜미는 수많은 흉터와 상처들의
보금자리였다.

벽이 속삭인다.
"너는 널 속이고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핸드폰이 울린다.
나는 받지 않는다.
그건 가족들이 보낸 거니까.
그들은 나를 찾고 있다.
그들은 내가 죽은 줄 모른다.
심지어 그들은 내 정신병의 원인이 그들인 것을
모른다.
어쩌면 모른 채 일부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일 죽는다.
목을 졸라보기도 하고,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너는 살아있지 않아.”
벽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나를 죽였어.”

그날은
새빨간 피가 끈적이도록 흐르고 있었다.
손에 묻은 건 물감이 아니었다.
나는 웃고 있었다.
거울 속의 나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은 나의 눈을 감겨주었다.

“이제 너도 조용해졌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나는 문을 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다.
거울 속 나는 살아있다.
나는 분명 나를 죽였는데.

“넌 다시 태어났어.”
벽이 말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거울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산산조각으로 부숴 깨뜨렸다.

그 안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당연히 내가 원한 건 아니었다.

'왜 살아있지. 왜 살아있는 건데?!!'
또 죽음을 실패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윗 층 계집애가 인터폰을 걸었지만 나는 전기코드를
뽑아버렸다.

"내가 소리를 지르던 말던 너년은 꺼지라고!!"
화장실 안에 들어가 소리쳤다.
욕조에 물을 받고
머리를 박았다.

물은 벌써 붉게 물들었고,
내 호흡은 차기 시작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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