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울적하고 화가 나는 날이였다. 내 기분을 아는건지 뭔지, 비는 주루룩 계속해서 내려왔고, 나는 무슨 사연있는 사람처럼 풀썩 바닥에 주저앉아 차갑게 내리는 비를 맞았다. 화가 나 잔뜩 뜨거워진 얼굴은 차가운 바람과 비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고, 그러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진정해, 유지민. 걔 때문에 감정 소모 해봤자 내 손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살짝 씩 떨려왔고, 방금 전 그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그때, 비를 처량하게 맞으며 허공이나 응시하고 있었던 그때, 옆에 누군가가 다가 와 잔뜩 화가 나 있던 내게 우산을 살짝 내밀었다.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나보다 두살 정도는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당황해있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