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흑장미야?”
내가 묻자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웃었다.
“예쁘잖아.”
“장미는 빨간색이 더 예쁘지 않아?”
“사람마다 다른 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끝으로 책상 위에 놓인 검은 장미 한 송이를 살며시 쓸어내렸다. 나는 그때 몰랐다. 그녀가 흑장미를 좋아했던 이유를. 우리는 계절을 몇 번이나 함께 보냈다.
봄에는 벚꽃이 피는 길을 걸었고 여름에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에는 낙엽을 밟으며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눴고 겨울에는 서로의 손이 차갑다며 웃었다.
그녀는 늘 말했다.
“내년에도 같이 보자.”
나는 늘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말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너무 쉽게 내일을 약속하니까. 그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 했다.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마디에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계절이 멈췄다. 그 후로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걸어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번호를 누르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없는 하루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함께 걷던 길도 자주 가던 카페도 우리만 알던 작은 공원도 그대로였는데 이상하게 세상에서 그녀만 사라진 것 같았다.
봄이 왔다.
벚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웃었고 아이들은 꽃잎을 잡으려고 뛰어다녔다. 나는 그 사이를 혼자 걸었다.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년에도 같이 보자.”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작은 꽃다발을 꺼냈다. 빨간 장미 사이에 단 한 송이의 흑장미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보고 싶었다는 말도
사랑했다는 말도
전부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그저 마지막으로 그녀가 좋아했던 꽃을 건넸다.
꽃잎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 꽃잎을 주워 들고 한참 바라보다가
그녀가 오래 머무는 곳에
흑장미 한 송이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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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 꽃말: 영원한 이별
❄️사별 느낌 내보고 싶었는데 🤔🤔어렵네요
작가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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