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 딩, 딩—
바삐 뛰는 신데렐라는,
며칠 뒤 찾아올 자신의 잔혹한 미래를 몰랐다.
___
저기 신데렐라가 보이네요.
빼빼 마르고 키 큰 여자 하나, 뚱뚱하고 덩치가 큰 여자 하나, 그리고 온갖 보석 장신구로 치장을 한 나이 든 여자도 보여요. 그곳에서 신데렐라는 홀로 집안일을 하고 있어요.
새하얗고 뽀얀 피부와, 윤기가 흐르는 금빛 머리, 사랑스러운 분홍빛 입술. 신데렐라는 그 누가 봐도 아름다운 소녀였지요.
그 때 문 밖에서 누군가 쿵쿵,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요. 무슨 일인가 싶어 못난 언니들을 대신해 신데렐라가 대신 문을 여네요.
"누구세요?"
"아, 궁에서 왔습니다! 저희 왕자님께서 파티를 여셨거든요. 그 쪽처럼 아름다운 여성분을 찾고 계시답니다."
"왕자님이 우릴 찾고 계신다고?"
"아, 뭐, 아름다운 여성분을 배우자로 모시겠다고..."
"그거 완전 내 얘기네!"
"무슨 소리, 내 얘기지!"
두 새언니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신데렐라는 환상에 빠져있었어요. 왕자님의 배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해진 신데렐라가 배시시 웃고 있을 때, 궁에서 온 키 작은 남자를 내보낸 새엄마가 신데렐라를 쏘아보고 있었지요.
"넌 내일 절대 못 나갈 줄 알아!"
___
모두가 잠든 새벽, 조심스럽게 집에서 나가려던 신데렐라가 깜짝 놀랐어요. 신데렐라의 눈 앞에... 아주 작은 할머니가 있었지 뭐예요?
"신데렐라, 이리 오렴! 너를 무도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주마."
집안일을 할 때 입는 낡고 허름한 옷뿐인 신데렐라는 마다할 필요가 없었지요. 조금 꺼려졌지만 신데렐라는 조심스럽게 할머니에게 다가갔어요.
금세 엄청난 빛이 신데렐라를 향해 비춰지더니, 신데렐라의 허름한 옷이 금세 아름답고 푸른 드레스가 되어버린 게 아니겠어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신데렐라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작은 요정 할머니가 유리구두를 건넸어요.
"이것도 신고 가려무나. 꼭 12시가 지나기 전까지 돌아와야한다! 12시가 되면 모든게 돌아올거야."
"네!"
___
12시가 넘어, 방으로 다시 돌아온 신데렐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졌어요. 왕자님의 주변에 여자들이 많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왕자님은 무도회에서 신데렐라와 가장 먼저 춤을 췄거든요. 떨어뜨리고 온 유리구두가 걸렸지만, 다음 날이 되면 할머니에게 부탁해 다시 차려입고 왕자님에게 갈 생각이였어요.
그렇게 잠에 빠진 신데렐라를 깨게 만든 건 다름아닌 큰 비명소리였답니다. 언니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려 급히 아래로 내려가보니 이전에 봤던 키 작은 남자와... 왕자님이 있었어요!
"왜 이렇게 안들어가는거야!"
유리구두에 억지로 발을 넣고 있는 큰 언니. 유리구두는 큰 언니의 발가락을 차갑게 조여왔어요.
"어차피 왕자님과 결혼하면 내 발로 직접 걸어다닐 일은 없을테니까!"
자신의 발에 칼을 가져다대고 있는 작은 언니. 작은 언니가 쥔 칼이 덜덜 떨렸고, 언니의 눈동자가 광기로 스며들었죠.
"어서 잘라!"
그리고 이 모든 걸 독촉하고 있는 새엄마까지!
모든게 이해가 안되었던 그 때, 쨍한 목소리가 신데렐라의 귀를 때렸어요. 기어코 발을 잘라내버린 작은언니의 고통이 섞인 비명이였지요. 그 때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눈이 마주쳤답니다.
"어, 그 때 그 여자!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았어!"
왕자님은 새빨개진 발을 넣고 있는 큰언니로부터 유리구두를 뺏어, 피가 번져 끈적한 바닥을 밟고도 태연하게 웃으며 신데렐라에게로 다가왔어요. 그리곤 신데렐라의 발에 붉은 얼룩이 짙은 유리구두를 신겨주었죠. 역시나 딱 맞았어요. 신데렐라는 자신의 허름한 차림도 잊은 채, 그 날 무도회의 주인공에 빙의해 있었죠.
"왕자님... 그치만 저는 지금..."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가 생각난 신데렐라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어요. 그런 신데렐라가 귀엽다는 듯 왕자님은 피식 웃었지요.
"그런 당신의 모습까지도 좋아해."
___
그리고 그날 밤, 궁으로 들어온 신데렐라는 왕자님의 방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하고 밝게 웃는 연습을 하는데, 왕자님의 방에서 여자들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 조심스레 다가가 열린 문틈 사이로 방 안을 바라보는데...
"헉!"
놀란 신데렐라는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고, 왕자님 주위의 여자 중 한 여자가 문을 열어 신데렐라를 바라봤어요. 여자와 신데렐라를 번갈아보던 왕자님과 눈이 마주친 신데렐라. 왕자님은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요.
"너도 올래?"
오오, 불쌍한 신데렐라!
수많은 여자들과 하렘을 이룬 무심한 왕자님은 신데렐라에게 그렇게 말했지요.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냉기가 신데렐라의 등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어요. 모두가 달콤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신데렐라만은 끝내 웃지 못했답니다.
___
ep.10
By. 유하계
이런 잔혹동화를 꽤 좋아합니다...
분량이 생각보다 길어 많이 줄였어요!
💬
https://open.kakao.com/o/sw0uL…🔗
https://curious.quizby.me/Yu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