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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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6 21:36조회 52댓글 1서안
* 해석 있

왜 아직도 살아 있는 흉내를 내고 있는 거지. 입을 열지 않아도 질문은 공기처럼 먼저 달려들었다. 썩어버린 숨이 폐 깊숙이 차오를 때마다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고, 그 표정이 너무 익숙해서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한때는 사람의 것이었을 눈빛이, 오래 방치된 물건처럼 탁해져 있었다. 누가 보라고 이걸 들고 다니는 걸까. 누가 보라고, 아직 남아 있는 척을 하는 걸까.

가까이 다가올수록 냄새가 났다.
시간이 지나며 망가진 것들 특유의, 변명도 사과도 하지 않는 냄새. 이미 부패한 흔적을 왜 이렇게 애써 붙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점이 흘러내리는 상상을 하면서도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집착이, 너무 끈적해서 차라리 토해내고 싶었다. 이쯤이면 흩어져 사라지는 편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갈가리 찢겨 바닥에 스며들어 버리면, 적어도 이렇게 서 있지는 않아도 될 텐데.

그래도 끝까지 사람 흉내를 내고 싶은 걸까.
형체만 남은 채 의미를 잃은 존재가, 마지막 자존심처럼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이 한없이 우스웠다. 역겹다는 말이 입안에서 몇 번이나 맴돌았다. 죽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이 결국은 이 꼴이라니. 미련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추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나를 죽이려 하는 거지.




























괴물은…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아.























그제야 모든 것이 맞물렸다.
지금까지 던져진 말들, 혐오와 분노, 조롱까지도.
전부 방향을 잘못 잡은 채 되돌아오고 있었다.



































“거울이네.”





















말이 바닥에 떨어지듯 흘러내렸다.
깨달음은 늘 늦고, 그래서 더 잔인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린 뒤였다. 부서진 표면에 비친 얼굴은 괴물도, 타인도 아닌…..

내 것이었다.


추악하다고 부르며 미워했던 것아.
끝내 죽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름을 붙일 수는 있게 되었네.





이 이야기는 괴물을 향한 혐오와 폭력이 사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 괴물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증오하게 된 자기 인식, 거울은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자각의 장치이다.

죽고 싶어 했던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용서하지 못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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