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어났던 다이쿠오 사건. 그것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십여 년을 거슬러 내려가야 사건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다.
▪︎ 뭐하시고 계신 겁니까?
신사 꼭대기에서 참배 중이었던 소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한 기도 뿐이었다. 단정한 짧은 흑색의 단발에 나는 그녀의 머리 끝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끌렸다.
▪︎ 이 신사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까?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끝내곤 천천히 눈꺼풀을 올려 나를 물그러미 바라보았다. 은근한 보랏빛 자주색의 눈이 나와 맞닿자, 그녀는 옹졸한 입술을 들어올렸다.
▪︎ 신사에 무슨 볼일이라도.
평범한 착장이 아닌 이런 후덥지근한 여름에 기모노를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신사를 관리하는 여객인가 싶었다. 이불보다 두꺼워 보이는 저런 기모노를 이런 더운 여름에 착용할 수 있는 거였던가.
▪︎ 텐쇼 신문사 소속 기자, 이에야쓰라고 합니다.
여자는 잠시 나의 착장을 둘러보더니 이내 신사 안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지나올 땐 몰랐지만 성대한 토리이 — (신과 인간계를 구분하는 문으로, 신사 입구에 위치.) 가 눈에 들어왔다.
▪︎ 귀한 분이신데, 차라도 어떠신지요.
여자는 낯익지 않은 봉투를 꺼내 찻잎을 한 스푼 뜨었다. 방은 좁아 향은 빨리 퍼졌고, 나는 그것이 호지차 — (녹차를 불에 볶아 만든 차) 임을 알 수 있었다.
▪︎ 이 신사는 언제 이뤄졌습니까?
취재를 위해 마을을 알아보려면 먼저 마을의 터, 신사부터 알아봐야 하는 것이 의무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호지차를 입에 대며 조심스레 여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 1895년 초입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자는 의심 품은 기색 하나 없이 차에 각설탕을 담구었다.
▪︎ 혹시 마을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은 없었습니까.
▪︎ 이미 알고 오신 분이 아니셨는지요.
여자는 예리하게 나의 허점을 짚어냈지만, 나는 당황 않고 말을 이었다.
▪︎ 다이쿠오 사건 말입니다.
여자는 다이쿠오라는 말에 살짝 인상을 쓰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옷매무새를 정리하곤.
▪︎ 알고야 있죠.
다이쿠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도쿄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이었던 만 38세 남성 다이쿠오 이쓰바야 씨가 현실을 도피하겠답시고 휴가를 냈던 것이 4월 7일의 월요일이었다. 그리곤 인터넷에서 만난 남녀 여럿끼리 라인 — (일본인들이 주로 쓰는 메신저 앱) 에서 펜션을 가기로 했던 증거까지 잡아놓았다. 그렇게 다이쿠오 씨와 여러 남녀가 만난 날은 4월 10일. 그날 잊지 못할 살인이 발생했다. 도쿄에 살던 다이쿠오 씨는 신칸센 — (일본 최초의 고속철도 시스템으로 개통된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를 타고 무려 570km를 달려 오사카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지 — (나라와 교토 사이의 작은 마을) 로 진입에 펜션 한 채를 빌려 남녀를 끌어모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다이쿠오 씨는 오기 전 미리 준비했던 보툴리눅스 독소 — (보톡스 주사에 사용되는 보툴리눅스는 근육 마비와 심할 경우 호흡 정지까지 초래) 를 샴페인에 소량 타 술게임을 빌미로 마시게 시켰다 한다.
그렇다면 이게 지금 이 마을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다이쿠오 씨가 이 마을에서 2차 피해자까지 만들어 내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