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의 자리 주변을 여자애들이 빙 둘러쌌다. 정작 그는 관심이 없는건지 여자애들의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나도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시당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저히 집중되지 않는다. 여자애들의 말 소리들이 뒤엉켜 내가 책을 읽는 걸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는데, 나까지 주목받는 것 같았다. 아쉬움과 떨림을 마음속 한구석에 꾹꾹 눌러 숨기고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넌 나한테 할 말 없어?"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아이였다. 나한테 말을 걸다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아이는 다른 곳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나만을 주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햇빛을 받아 선명하고 밝게 빛났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심장이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심장소리가 그에게도 들릴것 같았다. 머리 속에서 그의 말이 맴돌며, 그의 목소리 외에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것 같이 느껴졌다.
"...어? 아...그, 그게..."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긴장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쩌다가 전학왔어? 전학 오기전에는 어땠어? 좋아하는 건 뭐야? 많은 말을 생각했었는데, 정작 말할 기회가 오니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놓치면 안될것 같았다.
"...네, 네가...좋아하는 건 뭐야...?"
손을 불안하게 꼭 쥐며 물었다.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그와 대화한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내가 부끄러워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은 어땠을까, 걱정된다. 별로 좋지는 않았겠지.
"사진 찍는 거 좋아해."
그가 별것 아닌 듯이 가볍게 얘기했다. 그런 그의 대답을 들으니 왜 그렇게 떨려했는지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편하게 대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구나... 좋은 취미네."
아까보다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평소보다 목소리 톤이 높다. 왜일까, 그와 대화하는게 설레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