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봄이 오면 그땐 너를 만나러 갈게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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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2 18:29조회 34댓글 1O.O
WINTER

머리가 띵-했지만 결국 없는 힘도 쥐어 짜내어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보니 햇살이 드리운 앞마당이 보였다.
나무에 있는 가지들은 다 부러지거나 얇아져 있었고,
눈이 새하얗게 곳곳을 덮어 놓았다.
눈길 위로 따뜻한 햇살이 비쳐 더 아름다웠다.
'이게 올 겨울 마지막 눈이랬던가..'
-
아직 서랍도 제대로 닫히지 않은 삐걱거리는 옷장을
뒤적거리며 대충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으드득, 으드득거리는 눈을 밟는 소리.
왠지 모르게 찜찜했던 지난 날은 뒤로하고
앞길만 생각하며 무작정 걸어본다.
-
그러다 어느 키 큰 청년이 베이지색 단추가 달린
긴 회색 코트를 입고 지나간다. 그의 모자 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갈색 머리. 그리고 마스크와 눈동자 ...
'어..?'
-
문득 생각났다. 우리 학교에서 인기 많은 남자애랄까.
'한준혁'
'...!'
-
2년 전 겨울, 우리는 사귀고 있었다.
나는 밤하늘이 예쁠 때면 그와 함께 옥상에 가곤 했다.
그곳에서 연락도 주고 받으며 우린 더 할 나위없이 행복했었다. 더군다나 그 빌라는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데다, 나랑 그만 아는 하나의 아지트 수준이었다. 그런데, 준혁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차가워졌고 나를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에 나는 그를 멀리하게 되었다.
-
그래도 나를 구해줬는데, 말을 걸기 위해
뒤돌아 보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ㅈ..쟤..가 나를 구해줬다는 증..거도 없고...'
이런 사이에 더 상처 주기도 싫고 받기도 싫었다.

그냥 우린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연인이었기를.
그냥 우린 계절 속에 피었던 작고 소중했던 꽃이였기를.



O.O * 밖이 흐리지만, 다들 좋은 주말 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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