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vi 005

설정
2025-06-23 20:58조회 26댓글 05eo1z
다행히 몇 분이 지난 후, 사헬은 되돌아 간 것 같았다. 하긴, 사헬 사람들은 원체 기다리는 것을 혐오하니 말이다.

* 미하엘, 일어나봐. 사헬이 지나간 것 같아.

그제야 미하엘은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살며시 떴다. 나와 딱 눈이 마주치자, 미하엘은 힘을 풀고 온전히 내게 기댔다.

* 그래, 이제 더 기운도 안 느껴지고... 다행이야.

* 최대한 빨리 범비 정부를 찾아가야겠어. 무슨 일이길래 우릴 사헬을 동원하면서까지 데려가려고 하는지.

나는 미하엘의 끝 말을 조금 끊곤 말했다. 그만큼 급했다. 범비 정부가 사헬을 동원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 응... 그래야겠네.

미하엘은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내 말을 곧잘 따랐다. 미하엘도 본인이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는지.

* 일단... 먼저 씻어, 미하엘. 바닥도 미끄러워서,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겠네.

미하엘은 그제야 제 웃통을 가리며 민망해했다. 그런다고 가려지는 크기도 아니면서, 엄살은...

~

생각보다 이틀은 빨리 지나갔다. 나와 미하엘은 서로 청부업 일을 하느라 바빴고, 범비 정부는 뒷전이었다. 사실 미하엘은 아예 자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 같고.

* 미하엘, 내일 시간 비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나였다. 미하엘은 내가 한 ' 시간 비어? ' 의 의의를 잘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 범비 정부.

나의 한 마디에 미하엘은 그제야 아, 하곤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나의 말을 이었다.

* 그럼. 없더라도 만들어야겠지.

이미 범비 정부까지 갈 계획 따위는 다 짜놓은 상태였다. 잠입을 한 두 번 해본 사람도 아닌데 입구부터 막히면 조금 체면이 상할 것 같았다고나 할까.

* 계획은?

미하엘은 두 눈을 맞추며 똑똑히 물었다. 그럼, 청부업자들에게 플랜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니까.

* 일단, 내가 미리 뽑아놓은 소나타를 타고 갈 거야. 내부는 커스텀을 해놔서 방탄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혹여나 탄환에 맞아도 치명상이 가진 않을거고.

내 말에 미하엘은 고갤 끄덕였다.

* 그 다음엔, 범비 정부 앞까지 가. 그럼 보안관이 나와 누구의 초청으로 왔냐 물으면? 그때 네가 제압하고 들어가면 돼. 어차피 정부의 이메일을 받고 왔다 해도 보안관 녀석은 안 믿을 사람이니까.

범비 정부의 보안관은 악명 높았다. 꼼꼼히가 아니라, 깐깐하다고. 인정머리와 융통성 없는 노친네로 그 근방에선 이름을 널렸었다.

* 정부 쇠창살 정도는 가볍게 차로 밀고 지나가고, 그때 즈음이면 시장도 창문 밖으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나선 차에 비치해둔 건박스(Gun Box)와 방탄 조끼를 챙겨 입고 나가면 끝이야.

생각보다 간단한 플랜에 미하엘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보통 청부업자들에게 플랜이란, A5 용지로 이십 장은 써 세워야 했으니까.

* 뭐야, 그게 끝? 설마 그것만 세우진 않았겠지? 당장 내일 가는데.

나는 고갤 끄덕였다.

* 이게 다야. 나머지는 너와 내 능력으로 채우면 돼. 어차피 범비에서도 우리보다 싸움 잘하는 사람 없었잖아?

그러자 미하엘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 아니, 우리가 범비를 떠난지 어연 4년이야. 설마 그 사이에도 우리보다 더 잘 싸우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 하다못해 차로 가는 도중에 우리 차를 미리 조사한 누군가가 추적하면? 거기서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데?

미하엘은 내게 격분해 울분을 토로했다. 나는 잠자코 미하엘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의문문으로 끝난 지금에서야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 아니, 우린 성공할 수 있어. 확실해.

미하엘은 못 미더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