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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름도 까먹을 정도로 오래된 세월.

서울에서 느릿하게 내려오는 기차의 거의 끝쯤에 위치한, 그저 그런 작은 간이역이었다.

플랫폼은 한 줄,
대합실에는 오래된 자판기 하나.
지붕은 녹슬었고, 벽에 붙은 시계는 자주 늦었다.
그런데도 그 역에는 바다가 있었다.

내가 너를 처음 보았던 것도,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것도 그곳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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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는 조용했어.
8월인데도 바람이 선선했고,
네 셔츠 끝자락이 나풀거리던 모습이 기억나.

너는 "기차는 생각보다 금방 오더라"며 웃었고
나는 네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옆에 서서 파도 소리를 듣기만 했지.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너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는 일뿐이었어.

기차가 도착했을 때,
나는 너를 잡지 않았고
너 역시 뒤돌아보지 않았지.

근데 이상하게,
너를 탔던 그 기차가 아직도 돌아올 것 같아.


그 후로 나는 자주 그 역에 갔어.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다만 너와 마지막으로 나눈 공기의 온도가 그곳에 남아 있을 것 같았거든.

플랫폼에 앉아 있으면
기차가 멀어지는 바퀴 소리 대신
네가 흘리던 숨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자판기에서 뽑은 미지근한 캔커피를 마시며
너랑 앉아 있었던 벤치에 손을 얹었지.
차갑게 식은 철제 손잡이를 쓸어내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 역을.
그날의 바다를.
우리 둘이 잠시 머물렀던 그 시간의 냄새를.


바다는 여전히 그곳에 있어.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고,
그 역도 언젠가는 폐역이 될지 모르지만,

바다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더라.

마치 너처럼.
떠나버렸지만,
내 기억 어딘가엔 늘 거기 서 있는 사람.



☁

이건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장소에 대한 이야기야.

슬프지 않지만 어딘가 허전한, 아프지 않지만 오래도록 남는.

바다 냄새가 살짝 밴 기차역의 공기처럼,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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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작가, 새별아입니다 🙇🏻‍♀️
잘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