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비례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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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4 21:20조회 52댓글 2812 55120 88121
반비례 법칙

키가 자랄수록 내 자존감은 낮아졌다.
교복 바지가 짧아질 만큼 몸은 빠르게 자랐는데,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와, 진짜 많이 컸다."
그 말은 칭찬이었지만,
나는 어쩐지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내 자존감이 낮아질수록 나는 더 조용해 보내는 시간은 길어졌고,
그런 시간이 많아질수록, 말수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말수가 줄어들수록 오해는 늘어났고,
오해가 늘어날수록 나를 보는 눈빛은 더더욱 차가워졌다.

나는 점점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을수록
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충분히 눈에 띄는 몸이었다.

어깨를 웅크릴수록 나는 작아 보이고 싶어졌고,
작아 보이고 싶을수록 더 크게 느껴졌다.
큰 몸 안에 작은 마음이 들어 있는 기분.
그 부조화가 '나'라는 사람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자신감이 낮아질수록 웃음은 어색해졌고,
웃음이 어색해질수록 사람들은 멀어졌다.
사람들이 멀어질수록 나는 더 혼자가 되었고,
혼자가 될수록 스스로를 의심했다.

거울 속 나는 계속 자라고 있었다.
숫자는 늘어나고, 옷 사이즈는 커지고,
발걸음은 점점 넓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 앞에 선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키가 자랄수록 봐야할 세상은 커져갔지만,
시선이 높아질수록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일수록 세상은 더 커 보였고,
세상이 커 보일수록 나는 더 작아졌다.

그렇게 나는 자라남과 동시에 줄어들었다.
늘어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람.

이것이 내가 발견한 '반비례 법칙'이다.
나의 성장은 언제나 위로 향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나만의 법칙은 아니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나와 비슷한 이들이 같은 법칙 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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