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22:18•조회 66•댓글 0•서안
어깨 끝에 닿지도 않았던 짧은 단발머리가 어느새 바람에도 휘날 릴 수 있는 길이까지 왔다. 긴머리를 좋아했던 너는 내 긴머리를 궁금해 했었고, 나는 네가 좋아했던 긴머리를 가끔 붙이곤 했다. 그래서인가 네가 불현듯이 생각이나서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로 다 시 너를 썼었다. 여름 끝자락에서 만나 다시 한번 여름인 거 처럼 너를 사랑했었다.
함께 지새웠던 여름밤의 짙은 공기 마저도 네가 있어 난 다 좋더라. 여름을 좋아하지 않던 우리였는데 난 여름을 닮은 네가 좋아 여름까지도 내 청춘의 일부가 되더라.
요즘은 널 떠올리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도 매일 새벽녘이면 네가 생각나는건 어쩔수가 없더라. 참 미련많고 정 많은 내가 널 어떻게 잊을까. 네 웃는 얼굴을 다시 한번만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날 보고 싶어하지 않 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그저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생각해주었음 좋겠다. 닿을수도 이룰수도 없는 바램인걸 알지만.
이젠 날이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밥도 잘 챙겨먹기를. 이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네 이름을 다정히 부르고 네 걱정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날이겠지만.
너에겐 한계절도 안되는 사람이라 나는 가끔 이렇게 말도 안되는 핑계로 너를 쓰곤했다. 아무렇지 않게 네 안부를 부를 날이 올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