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늘 조용했다 마지막 인사도 문이 닫히는 소리도 그때의 나는 끝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네가 사라진 자리는 생각보다 너무 고요해서 나는 한동안 그 고요 속에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은 흘러가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자꾸만 멈춰 있었다 함께 걷던 길에서 함께 웃던 순간에서 끝내 하지 못했던 말 앞에서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때 건넬 걸 그랬던 말 조금 더 붙잡을 걸 그랬던 손 괜찮다고 말하지 말고 사실은 가지 말라고 말할 걸 그랬던 마음 후회는 늘 너보다 늦게 도착했다너는 이미 아무렇지 않게 다른 계절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네가 남겨둔 하루를 혼자 되짚어본다
혹시 그날의 내가 조금만 달랐다면 혹시 한 번만 더 너를 불렀다면 우리의 마지막은 달라졌을까 대답해줄 사람은 없고 늦은 질문만 밤마다 돌아온다 끝났다는 말은 참 짧았는데 너를 잊는 일은 왜 이렇게 긴 걸까 너는 떠났고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나는 아직 네가 남긴 빈자리를 다 지나오지 못했다 끝난 것은 우리였을지 몰라도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그날의 네 목소리가 잔향(殘響)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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