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위의 바다

설정
2025-09-12 21:16조회 61댓글 1청해
입술 끝에 남은 소금기,
웃다가 울어버린 것 같은 맛이었다.
바닷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와
젖은 머리칼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네 웃음소리는 바람에 실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했다.

“학교 돌아가면 다시 연락할 거야?”
네가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바다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수평선이 뜨겁게 흔들렸고,
마음 한켠이 묘하게 조여왔다.
사실은 그 질문이 두려웠다.
여름이 끝나면, 너도 사라질 것 같아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걸었다.
모래는 발목에 계속 달라붙었고,
발자국은 금세 파도에 지워졌다.
파도 소리가 잦아들 때마다
마음 한켠이 비워지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우리 내일 또 볼 수 있지?”
내 물음에 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고개 끄덕임 하나가 약속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도 몸에 남은 바닷내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머리칼까지 말려도
입술 끝의 소금기는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맛을 느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머리 위까지 떠오를 때까지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는 여전히 뜨겁고,
모래는 여전히 발목에 달라붙었지만
네가 없으니 풍경은 조금씩 빛을 잃었다.
여리고 찬란했던 그 순간이,
툭—치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밤이 되자, 너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미안.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올라가야 해.
그리고 긴 공백 밑, “올해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휴대폰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
나는 바다로 달려 나갔다.
밤바다는 낮보다 차가웠고, 파도에 손을 담갔더니
소금기가 또다시 손끝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였다.

그날 이후, 바다를 볼 때마다
그 맛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짠맛이 아니라,
울음 뒤 입안에 남는 묘한 감각이였을지도.
네가 남기고 간 여름은 아직도
내 안에서 마르지 않았다.

그 소금기는 결국,
네가 나에게 남긴 여름이었다.

-

https://curious.quizby.me/FcLp…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