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다알리아

설정
2025-08-23 23:07조회 52댓글 05eo1z
이상한 형체를 보았습니다.

분명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을 지었으나, 그것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사실 사람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그것을 무서워 했습니다. 내가 이따금 형제들에게 다가갈 때면, 다가오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릴 질러대 이젠 제가 형제들의 근처에 가기에 무서워지기 마련입니다.

이튿날, 나는 정원으로 나가 예쁜 꽃을 한 송이 보았습니다.

곧 팻말을 보곤 그것이 다알리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꽃말은 예쁜 핏빛 꽃잎과는 다르게 불안정이라는 뜻을 갖고 있더군요.

나는 다알리아 한 송이를 꺾어 직접 꿰어 만든 바구니에 꽃을 놓았습니다. 화려, 불안정, 감사. 모든 꽃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젊을 때에 이런 예쁜 꽃 한 송이 받지 못하고 간 어머니는 하늘에서 잘 지켜보고 있다는 명목으로 내 가슴 한 켠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꽃이 다알리아라 말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이 거짓 같습니다.

셋째날, 나는 납골당에 어머니를 뵈러 떠났습니다. 마차를 타고도 며칠이 걸리는 시간들을 나는 풍파와 고난을 겪으며 한 발, 한 발씩 걸어나갔습니다. 형체는 아직 제 주위를 맴돌았지만 아무렴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품에 들린 다알리아 다섯 송이 묶음은 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형체 쯤은 잊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다알리아. 그것을 가슴 속 깊이 새기자 이제 형체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

납골당을 지키는 경비가 물었지만, 나는 품에 안은 다알리아만을 경비에게 비추며 침묵을 지켰습니다.

" 들어가시죠. "

경비는 손쉽게 문을 열어주며 내게 안쓰러워하는 듯한 눈빛과 미소를 보내었습니다. 그런 시선은 이미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수없이 받아 익숙해진지 오래지만, 어머니의 죽음이 손에 들려있다 생각하자 자꾸만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거 같습니다.

납골당 상자 안에 다알리아 다섯 송이를 억지로 욱여넣었습니다. 그 와중에 꽃대가 좀 꺾이긴 했으나, 어렸던 내겐 아무런 이상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 평안하세요. "

납골당 문까지 닫고 나니 형체는 우울에 잠식되어 의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끔 결만 느껴질 뿐, 형체도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한 것인지 나를 쓰다듬는 기척마저 느껴집니다.

납골당에 다녀온 후, 형체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디선가 자꾸 다알리아의 향만 아른거려 눈물이 솟구칠 뿐입니다.



큐리어스 : https://curious.quizby.me/5eo1…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