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부르는 연못 (잔혹동화,감동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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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7 15:52조회 52댓글 4한지우
달빛이 매달리는 숲이 있었다. 나무들은 밤마다 은빛 숨을 쉬었고, 그 숨결은 살아 있는 자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죽은 자만이 그 언어를 이해했다. 그 숲은 마치 세상과 저승 사이에 걸쳐진 얇은 베일 같았다.살아 있는 자는 그 베일을 스치기만 하고, 죽은 자는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숲의 가장 깊은 곳에는 ‘그림자 연못’이 있었다. 연못은 검고 고요했으며, 그 위에 떠오르는 달의 그림자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마치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피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연못을 본 자는 며칠 내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연못이 기억을 삼키는 듯, 그들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졌다.

한 소녀가 숲에 들어섰다. 이름은 에리. 그녀는 죽은 오빠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오빠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에리는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매일 밤 꿈속에서 그를 불렀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찢어진 편지처럼, 읽히지 않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에리는 연못 앞에 섰다. 달빛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연못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연못 속에서 오빠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살아 있을 때처럼 따뜻하게. 하지만 그 웃음은 물 위에 비친 달처럼,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왜 왔어?” 그림자가 물었다.
“그냥... 보고 싶었어.”
“그럼 이제 돌아가. 나는 여기 있어. 너는 거기 있어야 해.”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 없는 세상은 너무 외롭고,조용해.”
그림자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 “조용함 속에서 너는 나를 기억할 거야. 그게 내가 살아 있는 방식이지.”
그 말과 함께 그림자는 연못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에리는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달은 천천히 기울었고, 숲의 속삭임은 점점 멀어졌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오래된 음악 상자처럼, 마지막 음을 되뇌며 닫혀갔다.
그날 이후, 에리는 다시는 숲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밤, 창가에 앉아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창을 스치면,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그 말은, 달 그림자 아래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 마치 잊히지 않는 멜로디처럼, 사라진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노래처럼.

'오빠...이제 알 것 같아...오빠가 죽은 이유를.'

에리의 오빠의 이름은 유리였다. 마음과 미소가 유리처럼 투명하고 맑기에 그렇게 지었다.

하지만 유리가 죽기 전 한 달 동안은 그 맑고 청량한 미소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에리는 비로소 알았다. 오빠를 죽인 건 자기라고.

에리와 유리가 연못에서 개구리를 잡고 있을 때
에리는 그만 연못에 빠졌고, 유리는 에리를 구하다가, 연못 깊숙하게 빠져 죽었다. 에리는 유리에 의해 살 수 있었다.

에리는 유리가 죽고 나서 일주일은 울었다.
그녀의 눈물이 연못에 찬다면 홍수가 날 정도로 많이 울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녀의 정신은 미쳤고, 오빠의 이름과 얼굴 만을 기억하고 오빠가 죽은 이유을 잊어버렸다.

또한. 그녀는 그녀 자신 또한 잊어버렸다.

'이제야 알겠더라. 오빠. 오빠의 마음이 투명했었지? 나는 붉게 느껴졌어. 오빠의 사랑이 느껴졌으니까.
이제 안 울게. 정말정말 사랑해'

에리는. 연못에 뛰어들었다.

유리처럼 맑은 물은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오라비를 너무 보고 싶어서 죽기로. 아니 죽는 것보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By-한지우

잔혹동화 배달완료입니다. 처음 써보는데 어떠신가요? 저는 마음에 안 들지만 재밌게 봐주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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