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기장(해석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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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4 08:16조회 51댓글 0이해하면 무서운 일기장
2026년 1월14일

오늘은 아침부터 집안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창문을 닫아도 바람 소리가 계속 들린다.
엄마는 “문 밖은 열지 말라”고 했다.
왜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2026년 1월15일

밤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오빠는 “바람 소리야”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바람이 낼 수 없는 리듬이었다.
딱… 딱… 딱… 멈추고… 또 딱…

2026년 1월16일

여동생이 말했다.
“문 밑에 손이 있어.”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불을 껐다.
불이 꺼진 뒤에도 손은 그대로였다.

2026년 1월18일

엄마가 숲에 갔다.
“돌아올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아빠도 같은 말을 하고 숲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하다. 기다리는 일에.

2026년 2월3일

숲 쪽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목소리다.
오빠는 아니라고 했다.
엄마는 우리 이름을 한 번에 다 부르지 못한다.

2026년 2월4일

오늘은 창문에 글씨가 써져 있었다.
“엄마가 아니다.”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글씨가 점점 아래로 늘어졌다.
마치 서서히 내려오는 것처럼.

2026년 2월10일

여동생이 숲을 보다가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는 집에 있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026년 2월11일

집 안에 흙이 생겼다.
현관이 아니라, 방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온 것 같다.
하지만 발자국은 항상 하나 더 많다.

2026년 2월12일

엄마가 돌아왔다.
우리는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이미 거실에 앉아 있었다.
웃고 있었다.
입이 조금 늦게 따라 움직였다.

2026년 2월13일

오빠가 말했다.
“엄마는 눈을 깜빡이지 않아.”
그 말을 한 뒤부터 오빠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입만 계속 움직인다.

2026년 2월14일

오늘 아침, 거울 속에 내가 없었다.
대신 엄마가 서 있었다.
우리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웃고, 나는 웃지 않았다.

2026년 2월15일

여동생이 사라졌다.
집에는 여동생이 쓰던 일기장만 남았다.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건 내가 쓰는 게 아니다.”

2026년 2월16일

(모두 빈 페이지)

2026년 2월17일

(모두 빈 페이지)

2026년 2월18일

누군가 일기를 계속 쓰고 있다.
나는 글씨를 배운 적이 없다.
그런데도 글씨는 점점 나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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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이 일기는 숲에 들어간 가족이 어떤 존재(혹은 현상)에 의해 하나씩 바뀌거나 대체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처음에는 “엄마의 실종”처럼 보이지만, 점점 집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면서 가족 구성원과 ‘나’의 정체성까지 흔들린다.
결국 화자마저도 본래의 자신이 아니라, 이미 침투한 무언가가 남긴 기록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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