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15:23•조회 31•댓글 4•depr3ssed
‼️‼️ 알림‼️‼️
해당 글은 제 소중한 지인분, 트위터 망애 (@ knoha_)님께 선물해드린 글입니다. (업로드 허락 받았어요) 다른 글도 아닌, 선물해드린 글이기 때문에 더욱더 글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무단 캡처 및 복사를 금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인분께서 설정 파쿠리 및 영향받는 것조차 꺼려하시니 혹여 관련 캐릭터를 짜실 때 이 글에서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ハイキュー 夢
히이라기 후류코 X 코노하 아키노리
콰앙—
코트 위로 땀으로 범벅된 열정이 일으킨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크게 뜬 눈 바로 앞 땅에 공이 추락한다. 떨어졌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굳어버린다. 사고가 멈추고 많이 쳐봐야 0.3초 사이에 귀를 시끄럽게 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린다.
머리에 배구공을 맞은 것도 아닌데, 머리를 감싼 두개골이 고통을 호소한다. 지금 애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분명 원망하겠지? 아, 나는 왜 항상 이런 식으로—문득 그 잘난 남동생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잖아. 나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졌다. 재능을 전부 남동생에게 넘겨주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그 누구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실이 거대한 사람이 되어 날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날 내려다보는 부모님의...
"허억, 헉... 하,..."
침대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니 역시나 시트는 땀으로 축축하다. 또 똑같은 꿈이다. 내가 배구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그날의 경기가 근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제 와서 배구를 다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재능의 벽 앞에 가로막힌 스포츠를 고등학생이라면 몰라도, 대학생인 지금 다시 하겠다는 건 미친 소리지.
"재능의 영역에 닿지 못해도 괜찮아요. 재능 같은 기 없어도 노력으로 안 되는 건 없으니까!"
••••••. 아직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릎을 살짝 꼬집었다.
코노하 아키노리.
대학교 1학년,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나—어쩌다보니 친해졌다. 술에 뻗은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인연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좀 웃길 뿐이었다.
그날도 역시 비슷하게 하루를 보내고 아키노리와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뜩이나 사람이 많은 시부야인데 눈도 오니 거리는 사람으로 빽빽했다. 어찌저찌 사람이 적은 곳을 찾으니 저 너머로 방금 지나쳤던 일루미네이션 가득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가로등이 은은하게 비추는 도쿄의 거리는—감성 다 뒤진 현대인이지만 무심코 예쁘다고 생각할 정도로—정말로, 예뻤다. 분명 올해 첫눈이랬지? 하얀 입김 훅 내뱉고 나니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에 코노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대충 0.7초정도 지났나.
"좋아해."
좋아해라고? 내가 드디어 환청을 듣게 됐나—라고 치부하기엔 눈앞에 너무나 확실히 자신이 뱉어놓고 당황해하는 코노하가 있었다. 잠깐이지만 눈이 커졌다,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려나... 코노하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드는 게 지금이 밤이 아니었다면 10km 밖 개미에게도 보였을 거다. 뭐, 지금 눈도 오고 다들 추워서 귀와 코 손끝까지 빨개진 상태이니 티는 안 났을지도 모르겠네.
분명 다른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여기서 좋다고 서로를 꼭 껴안았을 거다. 그런 말은 보통의 이성 사이에선 나오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너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면...... 곤란하잖아. 내가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통제가 불가능한 성대가 또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생각을 그대로 코노하를 향해 울려 보낸다.
"친구 그 이상의 감정은 품어본 적 없어. 그런데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해? 그냥 지금이라도 취소해. 나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코노하의 반응이 뚜렷하게 보인다. 당황? 체념? 여러 복잡한 표정이 지나갔으나 그 뒤로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눈이 펑펑 오던 유난히 춥던 겨울. 그때 코노하와 나의 친구 사이에는 종지부가 찍혔고, 그 자리엔 조각천으로 메꾸기에 너무 커다랗고 깊은 구멍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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