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살인

설정
2025-09-12 22:53조회 52댓글 1유하계
ep.15


💬 https://open.kakao.com/o/sw0uL…
🔗 https://curious.quizby.me/Yusu…

___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잊으려고 하기보다 더 떠올리고 상기시켜야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무의 감정만이 남는다고. 나는 너에 대한 감정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선, 이호. 선이호..."

네 이름을 어떻게든 안잊으려고 그렇게 곱씹어대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 멈춘다. 역시 네 생각을 안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널 그렇게 사랑하는 내가 널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감히 내가.

"이호야. 보고싶어, 선이호. 아, 진짜, 왜... 왜..."

내가 너한테 뭘 잘못한걸까. 누구보다 나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다며 책을 선물해주던 너. 새 책 향기가 물씬 나는 서점을 즐겨가던 너. 그런 너를. 나는 아직도 사랑하는데. 사랑해. 언제나, 영원토록, 평생을,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네가 내게 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네가 좋아하던 피아노 곡을 끝까지 연주할 때까지.

내 삶은 너야. 선이호 너라고. 그런 너로 가득찬 내 삶에서 너를 생각하지 않는 건 저주잖아. 너를 어떻게 잊지 않을 수 있을까? 네 얼굴이 흐릿해질 때. 그쯤이면 콱 죽어버리면 될까? 너를 미치도록, 닳도록 계속 떠올릴까?

내 기억 속 너를 죽일거야. 그렇게 죽여서 내 머릿 속에서 없애면 그게 잊으려 하는거겠고 그럼 너에 대한 감정을 없애지 않을 수 있겠지? 그렇겠지? 기억 속 너를 죽일거야. 기억 속 너를 난도질해. 기억 속 너를 도려내고, 너의 심장을 꺼내. 아아, 어쩜 너는 심장까지도 아름답니. 고이 감은 눈까지도 사랑스러운 너의 입술에 키스해.

우리 사랑의 향기도 없애.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로 향기를 덮어. 네 심장을 쓰다듬고, 심장을 쥔 손에 힘을 줘. 심장을 터뜨려. 이제는 뭘 터뜨려야 해? 너의 뇌를 꺼내보고 싶어. 네 뇌에는 내가 가득할까? 그 시절 가장 아름답던 내가 있을까? 그 아이를 죽이고 내가 네 뇌에 들어가면, 넌 나를 사랑하게 될까? 그럼 우린 기어코 한 몸이 되는걸까?

그럴 수 있다면 기꺼이 내 한 몸을 바칠 수 있을텐데...

___
Image 1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