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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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8 22:34조회 47댓글 3나비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전설이 하나 있단다.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하나 있었단다. 하지만 여우에게는 정혼자가 있었지. 안타깝게도 여우는 시집을 가게 되고, 구름은 이 소식을 듣고 슬피 울기 시작했어. 이렇게 내리는 비가 여우비란다."


여우비 .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

"아가, 오늘도 바빠 보이는구나."

얼마 전에 마주쳤던 또래 사내에게 반했다.
몰래 엿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 들켜버렸다.

"아.. 하하, 무슨 일이세요?"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널 보러 왔단다. ..아가, 내 충고 하나만 하마."

"후회하고 상처받을 사랑은 절대 하지 말거라.
네가 몹쓸 사내에게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구나."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갑자기 후회하고 상처받는 사랑을 하지 말라니.

"네, 할머니. 명심할게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준아, 네가 고생이 많구나."

"뭘요, 별거 아니에요."

사내의 이름이 '준'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준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든든해 보였다.

"너도 슬슬 결혼할 때가 됐는데, 아직도 일만 시켜서는.."

결혼이라는 말에 숨어있던 나의 손이 움찔했다.
그 말에 살짝 웃고는 자리를 뜨는 준의 앞을 결국 막아섰다.

"저, 저기.. 준아."


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상했다.
어이없던 내 첫 한마디에도 웃으며 답해주었다.

"내가.. 그것 좀 도와줘도.. 돼?"

"아..? 응, 그래주면 고맙지."

그래서 준과 친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 나네."

"..그러게."

우리는 어느새 매일 만나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그때 네 표정부터 몸짓까지 전부.

'이제 슬슬..'

"있지, 나 곧 결혼해. 결혼하면 많이 못 만날 텐데.. 아쉽다."

"..어?"

돌덩이 같은 말이 귀에 박혔다.
지금이 고백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했는데.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나 못 보는 게 그렇게 충격이야?"

장난스러운 준과 달리 나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눈에서 조금씩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응."

나는 이 눈물의 이유를 알고 있다.

"먼저 갈게, 결혼 축하해."

하지만 넌 전혀 모르겠지.
등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억지로 무시했다.


"..아가,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눈물에 온 얼굴이 잠겨 집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는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나를 다독이셨다.


"..여우비 온다."
— 해가 떠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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