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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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21:43조회 18댓글 0우연
여름의 시작은 녹슨 체인을 기름칠하는 소리였다.
자전거 체인 — 삐걱거리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우리는 그 여름 내내 달렸다.

햇살은 잔혹할 만큼 밝았다.
골목길은 뜨거웠고, 바람은 땀에 젖은 살갗을 스쳤다.
먼지가 공중에 흩어지면 햇빛 속에서 금빛으로 반짝였다. 너는 앞에서 페달을 세차게 밟았고, 나는 그 뒷모습을 좇아 전력으로 달렸다. 체인은 삐걱거렸지만, 웃음과 바람, 먼지 냄새 속에서 우리의 시간은 매번 새롭게 이어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땀에 젖은 티셔츠,
손목에 걸린 자전거 줄이 팔목에 스치는 감각.
모든 것이 우리 여름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마지막 날, 너는 브레이크를 잡았다.
금속이 마찰하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여름 공기를 갈랐다. 나는 거의 부딪칠 뻔했고, 그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네가 숨을 고르며 내 눈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은 이미 멈춘 채 너를 바라봤다.

“…이제, 여기서 끝낼까?”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오늘 이후로, 우리는 같은 길을 달리지 않을 거라는 걸.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지만, 마치 발이 땅에서 떨어진 것처럼, 균형을 잃은 듯 했다. 너의 향기와 웃음이 내 마음 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이미 멀어져 버렸다.

혼자 남은 길은 고요했고,
햇빛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마음은 이미 한여름의 그늘 속에 있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는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했고, 그 끊어짐 속에서 네 존재가 점점 희미해졌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강가를 나 혼자 달렸다.
강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바람은 조금 선선해졌다.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자전거 바퀴가 만들어내는 진동 속에서 나는 네가 떠난 자리가 다시 느껴졌다.

다시는 함께 달리지 못할 사람,
이 여름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사람.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면서도, 나는 계속 페달을 밟았다. 체인이 삐걱일 때마다,
여전히 여름의 너를 닮은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음을 느끼면서.

이제는 혼자서도 잘 달린다.
하지만 체인에 남아 있는 기름 냄새만큼은,
아직도 여름의 너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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