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백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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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7 08:54조회 39댓글 11919
#2

학교에서 빠져나오니 보도블럭 사이사이 고여있는 빗물이 보였다.
하늘에서도 물방울이 들이부은 듯 쏟아졌다.

우산이 없으니 그냥 맞았다.
바람 따라 떨어지는 빗물이 붉게 물든 셔츠를 씻어냈다.

언제나처럼 틀리는 일기예보였지만
오늘은 왠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졌다.

-

“ 다녀왔어요—. ”

어제와 다르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선 집의 공기가
빗물을 머금은 구름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 …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

“ …응? 무슨 일? 암 일도 없었는데—. ”

미처 숨기지 못한 대답 이전의 공백.
그 순간 나와 함께 엄마의 어깨도 움츠러들었다.

자연스레 감췄다고 생각했던 손이 찢겨진 셔츠 위에서 내려갔다.

” … “

방에 들어가라는 손짓이었다.
다만 평소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을 뿐.

-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꽤 괜찮다고, 상쾌하다고 생각했던 행운의 배신이었다.

띠링 —

뒤집혀 있던 핸드폰에서 미세한 반짝임이 새어나왔다.

‘ [ 안 가면 안될까 ] ‘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타앙—

요란한 소리에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서렸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러자 인기척도 함께 사라졌다.

핸드폰을 주워 들고 침대에 걸터앉아
몇분동안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았다.

’ [ 그래도 가야 ㅎ— ‘

몇번이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 [ 거긴 다를지도 몰ㄹ— ’

아니야.

‘ [ 거긴 다를거야. ] ’

전송버튼을 꾹 눌렀다.

뒤이어 핸드폰이 다시 울렸지만
답장을 확인할 자신이 없어 덮어두었다.

-

“ 잘 다녀와. 사고치지 말고 ”

버스가 멈춰섰다.
엄마의 인사가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상하리만치 호화롭고 따뜻한 자리.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다.

“ 다 타셨으면 출발할게요— 출발! ”

기사님이 웃으셨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그럼에도 긴장되는것은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

“ 도착입니다. 천천히 내려요— ”

버스에서 발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는 으리으리한 궁전처럼 번쩍이는 백색 건물이 있었다.

‘ … 이 건물이야? 아니겠지 뭐. ‘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 때 주변에는 아파트 밖에 없었기에
머릿속이 하얘진 채로 앞서가는 아이들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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