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ksBNbTIoPE?s…> 틀어두고 읽으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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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은 유난히 시렸다. 함박눈이 지면에 가득 쌓인 날, 천장에 새는 물이 흘러 장판을 적셨다.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마룻바닥을 덮었다. 온은 소형 트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매달고 있었다. 붉은색 장식이 솔잎에 묶였다. 창밖 사거리에 몰린 인파의 소음이 흥을 돋웠다.
— 갑자기 왠 트리야?
— 그냥, 느낌이라도 내려고요.
온이 웃었다. 노란 장판 위로 덩그러니 놓인 트리는 집 안과 어울리지 않았다. 홀로 화려했지만 보기 좋은 모양새였다. 트리 위로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연신 장식을 만지작대며, 온은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리아나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크게 틀고 소파에 기댔다. 낮선 풍경이었다. 온의 연갈색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웃었다.
온이 내게 제 몸을 기대어왔다. 오늘도 종일 취업 공고들을 확인했을 것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색색거리던 숨결이 이내 조용해지며 그가 잠에 들었다. 집안의 적막 사이로 둘의 심장 소리가 울려퍼졌다. 반짝이는 전구 불빛과 흔들리는 오너먼트 그림자가 눈에 밟혔다. 온이 자리를 잡고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면, 우리는 이대로 영원할 수 있을까. 불안정한 감각이 들어 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체온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밤은 여전히 길었다. 천장 구석에 맺힌 물이 쉬지 않고 장판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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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슈즈를 신은 묘연의 다리가 떨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유연하기보다는, 굳어 어색한 모양이었다. 이마 위에 땀방울이 맺혔다. 저보다 훨씬 늦게 입단한 신예 후배들의 무용은 아름다웠다. 연은 그들을 넘지 못했다. 애당초 뒤처지지 않았어야 했다. 연습실의 공기가 처졌다.
— 묘연아, 힘 빠졌지?
단장의 목소리가 연습실을 울렸다. 허리를 세우고 숨을 몰아쉬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스물세 살은, 무용수로서 이제는 신예라는 이유로 뒤처짐을 치부하기 힘든 나이였다. 묘연은 늘 부족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무용에서 읽히는 것은 조급함 외에는 없었다.
— 다음 시즌 무대도 장담 못 해, 연아.
숨이 가빴다. 늘 조역 자리에 서던 그녀였지만 무대 위에서 제외되었던 적은 없었다. 연은 돈을 벌어야 했다. 집을 나온 이후로, 온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것이 목표가 된 무용은 더 이상 황홀했던 기억 속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젖어버린 토슈즈는 더 이상 지지대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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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비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