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내 눈을 피했다. 잔뜩 젖은 눈동자가 창밖으로 향했고, 그 눈빛은 이미 멀리 떠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따뜻해야 할 잔이, 왜 이리 차갑게만 느껴졌는지.
"미안, 오늘 그만 갈게."
그녀는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섰다. 컵에 닿았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고, 나는 그 떨림이 내 심장에 그대로 옮겨 붙는 걸 느꼈다.
"야, 지유야-"
겨우 입을 열었지만, 뒤따라간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그녀는 우산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빗속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카페 안의 소음이 모두 없어지고, 빗소리만 유리창을 두드리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방금 뭘 놓쳤는지,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지,
뒤늦게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은 이미 어둡고 빗발치는 사람들 속으로 묻혀 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산도 챙기지 않은 채, 그대로 달려 나갈 뻔하다가 멈춰 섰다.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입술은 굳어 있었다.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그녀의 커피잔은 아직 절반도 넘게 남아 있었다. 립스틱 자국이 희미하게 묻은 컵, 자리 위에 흩어진 그녀의 흔적.
그런데도 방금 전 대화는 마치 오래된 꿈처럼 믿기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다.
핸드폰 불빛 속 선명한 그 두 글자가, 갑자기 낯설게 다가왔다. 전화를 걸까 말까, 수십 번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에이, 설마 진짜겠어.' 하며 나 스스로를 안정시켰다.
밖은 폭우가 내리쳤다. 그녀는 지금 어디쯤일까. 이미 공항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동안 머릿속은 수없이 뒤엉켰다.
나는 창문 너머로 번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내가 정말로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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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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