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여..
정녕 나 대신 그 길을 택하신 것이오.
본디 내 몫으로 정해진 험한 길이었거늘,
어찌 그대가 한 발 앞서 나서셨단 말이오.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그대는 스스로를 내어주어 나를 살리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셨구려.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소.
잡지 못한 그대의 손,
끝내 바라보지 못한 그대의 얼굴—
그 모든 것이 허망한 안개처럼 스러졌으니,
남은 나의 삶은 어찌 이리 무거운지.
사랑이 어찌 이토록 아픈 것이오.
이토록 고되고 잔혹한 것이 사랑이었단 말이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소.
산천에는 꽃이 피고, 들판에는 바람이 불어
만물이 새 숨결을 얻었건만,
내 눈앞의 봄은 도리어 겨울보다 차갑구려.
그대 없는 봄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기다리던 계절이 와도, 그대가 없으니
온 세상이 빛을 잃은 듯 어둡기만 하오.
내가 가야 했던 길을 그대가 대신 걸었으니,
내게 남은 생은 곧 빚이 되었소.
그대의 희생 앞에 나는 끝내 웃을 수도,
끝내 편히 잠들 수도 없으리이다.
허나 언젠가 나 또한 그 길에 닿는 날이 오면,
주저하지 않고 그대 곁으로 달려가리이다.
임이여..
그때는 제발 내 손을 뿌리치지 말고,
굳게 잡아 함께 서 주오.
다시는 이별 없는 세상에서,
그대와 더불어 봄을 맞이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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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殉愛: 순애
⇒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침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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