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1 15:44•조회 10•댓글 0•미드나잇
그때였다.
-하윤아, 아직도 모르겠어?
그 목소리는 너무 가까웠다.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들렸다. 귓가를 타고 내려오는 듯한 소름돋는 숨소리까지.
-그때도 그랬어. 네가 날 발로 차고, 내 급식판을 쏟아버리고, 내 책을 찢어놓고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은 안했어.
-그, 그만해... 미안하다고..!!
난 나의 두 귀를 막았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막아도, 아무리 막아도 송용없었다.
-하윤아, 이것 좀 주워와.
혜담이 내가 가지고 있던 핀을 빼앗아, 저 멀리로 던졌다.
순간 교실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일그러지고, 창문 바깥에선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날 보고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눈과 입이 없는 검은 찰흙으로 변해 있었다.
-하윤아, 왜 그래?
-너, 우리랑 같이 가기로 했잖아.
입이 없는 얼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물렸다. 친구들이 다가올 때마다 울리는 발소리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같이 가자, 하윤아.
-우린 친구잖아.
-싫어! 오지 마!
는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나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였다.
찰흙들이 손이 뻗었다. 차갑고, 딱딱한 손길이었다.
-하윤아, 왜 그렇게 느려? 빨리 와야지~
-하윤아, 너도 한 번 당해봐.
속삭이는 목소리들은 점점 겹쳐졌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귀를 막아도, 흔들어도, 소리는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서 울렸다.
-너 이거 못 하지? 너 정말 잘하는게 뭐야?
-어? 울어? 아니지?
-네가.. 나한테 한 그대로.. 똑같이 해줄게..
혜담이었다.
그 순간, 나의 눈앞에 한 장면이 펼쳐졌다.
교실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소녀. 물에 젖은 머리카락. 손목과 무릎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초점없이 텅 빈 눈동자.
중학교 때... 내가 봤던 그 장면이었다.
난 눈을 감고 소리쳤다.
-그만! 제발! 미안해!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차가운 손이 나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이제 네 차례야.
그 고통과 원망, 슬픔이 묻어나는 웃음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