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달리는 기차역_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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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5 22:00조회 44댓글 2시원
• 지혜야, 그거 알아? 이 일 하려면 조건이 있어.

나는 창밖을 응시하며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있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은 못 해. 보통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이 끝나면 기회가 주어져. 다시 태어나거나, 꿈속에서 일하거나.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며 애써 웃었다.

• 나는 다시 태어나는 것보단 이쪽이 좋더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내해 주고 싶었어.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작은 웃음을 흘렸다.

• 오, 아저씨 생각보다 더 멋진 사람이네요?
• 그거 칭찬이지?

우리는 실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둘 사이에는 농담과 웃음이 오갔다. 그들은 나와 아이에게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듯했다. 기차는 철도 위를 묵묵히 달렸고, 어느새 종착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창밖의 풍경이 아까와는 문득 달랐다. 아이의 꿈에 들어온 것이겠지.

나는 기차 문틈 사이로 아이의 걸음을 재촉했다.

• 좋은 꿈 꿔, 지혜야.

아이는 나에게 손을 크게 흔들어 보였다. 이내 아이는 나의 시선 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곧 문이 닫혔고, 기차는 완전히 고요해졌다. 나는 그런 기차 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러고선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 ...아저씨, 벌써 그렇게 불릴 나이가 됐나.

아이와는 자그마치 열 살이나 차이가 나긴 했다. 나중에는 결국 아이도 내 나이를 뛰어넘겠지. 그런 생각에 조금은 쓸쓸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지 않으니까.

현실의 시간은 나를 비껴갔고, 꿈속에서의 모두는 시간이 멈추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같은 시간에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곳이 좋았다. 어찌 되었든,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다, 다음 승객을 맞이하러 갔다. 한동안 들고 다니던 랜턴은 빛을 잃기 직전이었다.

• 새걸로 바꿔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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