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세상이었다. 숨 쉬는 이유이자 심장이 뛰는 목적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잠들었고 가장 힘들 때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30초 이상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으면 미묘하게 달랐던 심박수가 어느새 같은 리듬으로 박동한다고. 그래서 슬플 때 누군가를 꼭 껴안으면 알 수 없는 위로가 찾아온다고.
우리는 종종 그렇게 서로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영원할 것 같은 동조 속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서로의 고동이 같아지는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세상이었음을 확인하곤 했다.
어느 날 세상은 돌연 멈춰 섰다.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는데 그의 세상은 영원한 정지 속에 갇혔다. 차가웠다. 그의 손은 얼음장 같았고 그의 눈은 빛을 잃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했다.
끌어안는 것.
지금 그를 끌어안으면, 나의 따뜻한 고동이 그의 멎은 심장을 다시 흔들 수 있지 않을까. 30초만. 30초만 꼭 껴안고 있으면 그의 심장이 다시 미세하게나마 움직이지 않을까. 단 한 번만.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마지막 온기마저 빼앗아갈 듯 격렬하게. 그의 몸을 내 품에 깊이 끌어당겼다. 차가워지는 그의 몸과 달리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온몸의 혈액이 소용돌이치며 뜨거운 열을 토해냈다. 나의 모든 생명력을 그에게 불어넣는 것처럼.
나는 귀를 그의 가슴에 대고 필사적으로 고동을 찾았다. 아주 희미한 울림이라도. 꿈틀거리는 기척이라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정적만이 그의 텅 빈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나의 심장은 절망 속에서 점점 느려졌다. 그의 멎은 심장 박동에 동조하려는 듯. 나의 고동은 갈수록 약해졌다.
― 쿵...
― 쿵..
드문드문 뛰는 심장이 곧 멈출 것만 같았다. 나의 숨은 가늘어지고 팔다리는 차갑게 식어갔다. 온몸의 힘이 스르륵 풀려나갔다. 나는 그의 차가운 몸 위로 모든 것을 내어주며 무너졌다.
나의 심장도 함께 멎기를 간절히 바랐다. 영원히 같은 리듬으로 침묵 속에 잠들기를 갈구했다. 우리의 동조는 죽음 속에서야 완성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스럽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의 체온에 맞춰 차갑게 식어가는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그의 심장이 다시 뛰지는 않았다.
다만 나의 심장은 더 이상 예전의 리듬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싸늘한 심장 소리를 기억하는 나의 고동은 불규칙하게 흔들렸고 때로는 한 박자 쉬어가며 그를 추억하는 듯했다.
더 이상 아무리 끌어안아도 우리는 같은 리듬으로 박동하지 않는다. 그의 심장은 영원히 멎었고 나의 심장은 홀로 외롭게 뛴다. 같은 박자로 흔들렸던 우리의 세상은 이제 영원히 어긋났다.
슬플 때 누군가를 꼭 껴안으면 안정이 된다는 말은, 이제 나에게 가장 잔혹한 위로가 되었다. 나의 심장은 그의 멎은 심장에 동조하는 대신, 영원히 그 빈자리를 울부짖으며 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어긋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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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죽은 이를 포옹할 때 멎을까, 다시 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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