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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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0 21:16조회 59댓글 2유결
눈두덩은 부어서 잘 뜨이지 않고, 입술은 갈라져 사막 같다. 피부 위의 화장은 석회처럼 덕지덕지 발려 있다. 나는 그것을 한 겹 한 겹 닦아내고, 또 한 겹 한 겹 덧발랐다. 손가락 끝은 가루로 얼룩져 마치 무언가 작은 것을 짓눌러 죽인 것 같다.

“씨발.”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

얼굴은 가짜, 웃음도 가짜, 심지어 나 자신도 가짜 같다. 고치면 고칠수록 낯설어지고, 볼수록 역겹다.
거울을 깨버리고 싶다가도, 다음 순간 또 붙어 서서 들여다본다. 거울 위에 내 숨이 얇게 내려앉은 느낌이다. 마치 새로운 피부가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개소리.

못생기면, 살아 있는 내내 누군가에게 침 뱉기 당하는 기분이다. 길에서 누가 한번 쳐다보기만 해도
그들이 날 비웃는 것 같아 귀가 울린다.

나는 계속 바르고, 계속 깎는다.
사과 껍질을 벗기듯 내 얼굴을 벗긴다.
벗길수록 얇아지고, 벗길수록 아프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칼날이 턱선을 스칠 때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저 손가락으로 훔치고 다시 덧칠했다.

밤은 깊어지고,
옆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따라 웃었다.
거울 속 여자가 웃는다.
그런데 그녀가 나보다 먼저 웃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나는 문득 그녀를 죽이고 싶어졌다.
손을 들어 거울을 내리쳤다.
유리 파편이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무릎을 꿇고 한 조각 한 조각 주웠다.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고, 깨진 조각마다 여자가
여전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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