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p One] 머리카락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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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4 21:48조회 66댓글 2무서운 이야기 스튜디오 팀
◆ 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 스튜디오 팀원 ' 숭 ' 의 실화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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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어요. 온몸에선 살려달라 소리치는 땀줄기들이 솟구치고, 등은 침대 커버와 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제게 여름은 매번 그런 식으로 굴었어요. 악몽과 가위들 속에서 앓고 앓으며 생존해야 하는 계절이었죠.

그날도 똑같았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화장실에서 양치 후 입을 헹구고 알람을 맞춘 후 침대에 누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쇠사슬이 발목에 묶인 것마냥 옴짝달싹 않더라고요. 몇 년간 똑같은 가위를 몇 번 겪으니 이젠 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허리에 힘을 꽉 준 채 위로 들썩이면 언젠가 이 지옥 같은 무의식에서 깨어나더라고요.

“ 흡...! ”

숨을 참고 있는 힘껏 허리를 위로 들어올렸어요. 하지만 역시나, 허리는 꼼짝 않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었죠. 배, 발가락, 손가락, 목. 그 어디에도 힘을 안 준 곳은 없었어요. 그리고 온몸에 힘을 풀은 채 마지막으로 꿈틀대어 보는데,

‘ 됐다. ’

잃었던 감각이 돌아오는 것처럼 침대의 보드라움이 팔뚝을 통해 전해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번 가위는 내가 이겼구나.

뿌듯해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 왼쪽으로 몸을 뉘였어요. 그리고 그때 뺨을 간지럽힌 누군가의 털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죠. 머리카락이었어요. 사선으로 최대한 오른쪽 뺨 끝을 보았지만 얼굴은 채 보이지 않았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만 수두룩히 제 뺨 위로 올라타 있었어요.

동공에 힘이 점점 들어가며 아플 지경에, 머리카락은 걷어졌어요.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나 침대까지 적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왼 어깨가 찌뿌둥해 오른쪽으로 다시 몸을 돌리려 팔로 침대를 짚자 만져지는 촉감은.

머리카락. 머리카락이었죠. 잔뜩 전부 뜯겨진 머리카락이었어요. 그것도 일부분이 아닌 침대 전체를 메우고도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로 수북한 머리카락이 침대를 메꾸고 있었어요. 마치, 침대 바닥이 드러나선 안 된다는 듯이. 그리고 머리카락이 조금씩 떨어지는 바닥엔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마네킹의 얼굴 부분만 뜯겨 있었어요. 뜯겨 맞물린 부분은 톱도, 칼도 아닌 억지로 커터칼로 자른 것처럼 투박한 모양새였고요.

제 생각으론 엄청 충격받지 않았다 느꼈는데, 일어나보니 기절해 있었어요. 침대와 바닥엔 그 어떤 머리카락도, 그 한 가닥도 보이지 않았죠. 알람은 꾸준한 세기로 귓가를 깨웠고 저는 시간을 보고 급하게 등교 준비를 마쳤죠. 마지막으로 귀에 이어폰을 꼽아 멜론 차트 믹스를 틀었는데,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아하하하! ”

찢어질 듯한 비명과 웃음, 그리고 반복되는 수없이 힘드냐 묻는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 핸드폰을 틀어 현재 재생 중인 음악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핸드폰엔 평범한 음악이 재생되고 있었어요.

결국 학교는 조퇴했고, 당분간은 부모님과 함께 취침했지만 중학생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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