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순애와 불콰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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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9 17:04조회 88댓글 9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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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가 진동하는 방, 온갖 컵라면 쓰레기로 넘실대는 컴퓨터 책상. 마우스의 눌러붙은 무언 찌꺼기가 손가락까지 옮겨갈 것만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쳐 물티슈 한 장을 급히 뽑아 손가락에 부볐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흔적에 손 끝이 빨개지고, 곧 새빨간 피가 흘러나옴을 알았음에도 세척을 멈추진 않았다. 그저 계속 문지르고, 닦고, 책상 너머까지 피가 차올라 넘쳤지만 계속 닦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게 바로 나의 순애였으니까.

청렴한 청춘의 기준은 언제나 그렇다. 우애 좋은 친구들과 푸르고 빛나는 하늘 아래 즐기는 우정. 내게 청춘은 참 역겨운 존재였다. 지금 와서야 기억에 선명한 그 여름은 유독 끈적하고 더운 것들 뿐이었으니까. 내가 돌이킨 나의 학창시절은 꽤나 아웃사이더였다. 새학기가 되면 매번 시작하는 자기소개는 혓바닥에 가시 돋은 것처럼 어찌나 발음을 절어대던지, 난 그때 처음 그저 ‘나는’이라는 글자가 일곱 자임을 깨달았다.

매 쉬는시간마다 친구가 없어 허둥거릴 때면 항상 문제집을 펴 숙제하는 척만 물씬 해댔고, 이동 수업 같은 활동 시간은 대부분 몸살을 핑계로 빠지기 일쑤였었다. 있지도 않은 기침과 열을 연기하느라 마음속으론 여우주연상만을 받은 듯 행동했으니 망상증이라 욕하고 비난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역겹고 더러운 나의 청춘을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저 비난하고 수절하는 사람들이 묻어나는 이 세상 그저 나도 그 중 하나의 더러운 사람인 것일까.

역겨운 청춘을 보내던 중 하나의 관건이 생겼다. 어디선가에서 긁힌 칼 자국이 손목에 내리박힌 것이다. 선 아래로 송골송골 맺히는 피가 얼마나 탐스러워 보이던지, 당장이라도 핥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느라 하루를 전부 소비한 것 같다. 급히 밴드로 방어한 손목 위 밴드는 점차 붉음에 비쳐 밴드 아래와 위로까지 열매들이 굴러떨어졌다. 휴지 몇 장을 덧대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혈흔이 지독하게도 메스꺼웠다.

불콰한 청춘을 회상하다 보니 어느덧 발 밑까지 혈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찰박한 느낌에 발을 올려 바닥과 시선을 마주했더니 피에 절어 뚝뚝 흐르는 발바닥이 보였으니 말이다. 방이 점점 젖어들고 있었다. 이 지독한 여름과, 그 추억의 역겨움이, 그 감정이 되살아난 것인가. 별 생각 없이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심장에서 동맥과 정맥이 만들어내는 고동 소리가 마치 피를 펌프질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방은 점점, 점점...

“여기구나.”

나의 청춘에 막을 내릴 시간이 온 것 같다. 귀로 스며들어가는 혈들을 느끼며 그대로 침대 밑으로 몸을 빠트렸다. 손톱 밑으로 배는 무언의 찌꺼기는 이제 몸과 한 몸이 되어 재가 될 차례다. 가만히 방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하곤, 또 생각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손가락도 씹었고, 팔뚝도 씹어버렸다. 피가 나오지 않는 구멍이란 없을 정도로 흠집을 내고서야, 그제야 만족감에 가득 차 눈을 감았다.

■ 실화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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