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겨울밤, 서로에게 잔인하도록 차가웠던 두 연인이 이별을 맞았다. 오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남자의 눈에선 처절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가에서 들려오던 콧노랫소리가 멎고, 검은 밤의 정적만이 감돌았다. 매일 저녁 형식적으로 오가던 편지는 발자취를 감췄고, 써 내린 편지는 전해지지 못한 채 쌓여갔다.

"레이디 셀른, 이별을 택한 이유가 뭔가요?"

신문의 한 면에는 두 사람의 이별 소식이 새겨져 있었고, 새겨진 기사는 곧 사교계의 폭풍이 되어 그녀를 집어삼켰다. 함께 전해진 소식 또한 그녀를 괴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교계의 두 꽃, 이별을 택하다!]
[카를로스 백작, 이별 후 미쳐버렸다?]

"레이디 셀린도, 백작도.. 마음 안 접은 것 같은데."

가문은 그녀에게 약혼자를 붙일 생각이었으나, 그의 존재는 두 가문의 화합에 갈등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그녀는 결국 가문의 뜻에 따라 그를 향한 애정을 숨기고 가뒀다.

"제대로 대화는 해보고 헤어진 거예요?"

"내가 인생은 더 오래 살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원래 사랑은 싸우면서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화가 중요한 거고."

그녀가 부르던 콧노래의 부재는 그의 마음에 못을 박았고, 그가 그녀를 부르던 목소리의 부재는 그녀의 마음을 산산이 부쉈다. 대화 없이 망가진 관계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 대화란 게, 어떤 건가요?"

"아이고, 나 참. 이럴 줄 알았다니까. 뭐.. 예를 들어, 내가 이래서 이런 말을 했다던가. 좀 도와달라던가.."

부인의 충고가 그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듯, 그녀는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의 저택으로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세레나데의 오르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콧노래 소리."

# Don't stop the music 왜 멈춰 있어
세레나데 : 밤에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거나 연주하던 사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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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도망갈래요? 기왕이면 멀리. 당신이 날 사랑하는 걸 알고 있어요. 날 위해 피해 준 것도 알고 있고요. ..미안해요,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염치없지만 부디 내 손을 잡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