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끝을 향해 걷는 날이었다.
햇빛은 낮게 기울어, 마치 더 이상 머물 자리가 없다는 듯 내 어깨를 스쳐갔다.
너와 함께했던 모든 장면들이 파편처럼 떠올라, 하나하나 내 가슴에 박혔다.
웃던 네 얼굴과 떨리던 내 손끝, 그리고 말하지 못한 채 삼켜야 했던 수많은 마음들이.
밤이 오면 잊을 수 있을까.
별빛 아래라면 잠시라도 무너져도 괜찮을까.
그러다 문득 두려워진다.
내가 눈을 감는 순간조차 네가 사라져버릴까 봐.
시간은 흐른다. 아무리 붙잡아도.
우리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못했다.
나는 오늘의 마지막 장면을 오래, 아주 붙잡아 두려 한다.
울음과 침묵이 교차하는 순간조차,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기기 위해.
만약 이것이 진짜 최종이라면,
부디 기억해 줘.
끝이라는 건 사라짐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는 서두였다는 걸.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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