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당신은 별처럼 웃었다》 2화: 기억의 별은 다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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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 22:53조회 20댓글 2EIEI 🫶
〈2화〉기억의 별은 다시 떨어진다

꿈이었다.
아니, 꿈 같은 무엇이었다.

눈앞에 핏빛이 퍼졌고,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절박하게 외쳤다.
손끝이 뜨거웠고, 심장은 너무 빨리 뛰었다.
그리고 마지막,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만 낯설고… 차갑지만 다정했다.

“리아나, 널 지켜줄게. 그러니까, 꼭 살아.”

—탁.
눈을 뜨자마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리아나는 침대에 앉아 숨을 고르며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피도, 상처도, 그 따뜻한 손도.

“또야… 같은 꿈.”

하지만,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다섯 번.
입학한 지 이틀, 다섯 번이나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날 밤마다—
기숙사 창밖 하늘에서 반짝이며 떨어지는 ‘별’을 봤다.
작고 투명한 빛이 곤두박질치며 사라지는 그 모습은,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기억의 별?”
리아나는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단어는 어디서 들었을까?
기억 속에서 무언가가 스르르 기어 나왔다.

‘별을 주운 자는… 타인의 과거나 미래를 본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구였을까? 언제였을까? 왜 그걸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걸까?

리아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평범한 17살 소녀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 깊은 곳이 묘하게 낯설었다.

"혹시… 난, 나 아닌 누군가의 기억을 보고 있는 걸까."

수업이 끝난 뒤, 도서관.

리아나는 마법이론서 사이에서 *‘별에 관한 고문서’*를 찾아냈다.
낡은 책장, 누렇게 바랜 글씨,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듯한 종이.

“기억의 별은 아주 오래전부터 떨어졌다.
어떤 이들은 이를 ‘시간의 틈’이라 부르며,
그것을 보는 자는— 이미 선택된 자라고도 한다.”

리아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어깨 뒤에서 말했다.

“책장 27번. 더 정확한 정보가 있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시에른이 서 있었다.
아직도 싸늘한 얼굴, 감정 없는 눈.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 별, 네가 본 거지?”
“...봤다고 하면 믿어요?”
“믿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믿게 된다.”

잠시 정적.
두 사람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잔잔하게 흐른다.

시아른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실은 나도 본 적 있어. 별을. 그리고… 미래를.”

리아나는 눈을 크게 떴다.
시에른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 미래 속에서, 넌 죽어 있었어.”

그 말에 리아나는 무언가에 맞은 듯 멍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다시—기억인지 꿈인지 모를 환상이 밀려왔다.

붉은 벚꽃.
무너지는 실험실.
거꾸로 떨어지는 별들.
그리고 마지막.

누군가의 음성.

“안 돼… 널 이런 세상에 남겨둘 수는 없어.”

✦ 다음 화 예고 ✦

〈3화〉죽은 소녀의 이름으로
— 시에른은 말한다. “그 이름, 리아나 벨로체는… 3년 전에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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