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한 번에 보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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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15:51조회 41댓글 0미드나잇
우리 반에 왕따가 하나 있다.

나는 며칠 전에 한 고등학교로 전학왔다.
나는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서  전학 첫 날 부터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 재밌게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어떤 여자애를 보았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은 것 보니 어느 반에나 다 있는 왕따인 것 같았다.

자발적 아싸라고 해야할까? 아닌가? 아무도 다가가지 않으니 그냥 아싸인걸까?

아무튼 누가봐도 음침하고 조용한 애다. 아무도 그 애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그 애를 쳐다보는 사람도, 그 애의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는 선생님들조차도 그 애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발표도 안 시켰고 말도 걸어주지 않았다.

그 애는 앞머리로 자신의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놓고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쉬는 시간이든 수업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항상 그 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이동 수업시간엔 강당이든, 음악실이든, 미술실이든 언제 온 건지도 모르게 가장 먼저 앉은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일찍 등교했다. 아무도 없고 그 아이만 혼자 있었다.
교실문을 열고 그 애를 보았다.
-'이 정도면 학교에 사는 거 아니야?'
혼자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내 자리에 가서 책상에 가방을 걸었다.
-'으아.. 너무 어색한데.. 애들 언제 오지.. 생각 해보니까 쟤 이름도 모르네.. 말 걸어볼까...?'
나는 사물함에 책을 넣으러 가는 척하면서 그 애 쪽으로 갔다.

-안녕?
말을 걸었다.

-...
말 없이 고개만 들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 안녕?.. 이름이.. 뭐야?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혜..담..
드디어 말을 이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에서는 생기를 느낄 수 없었고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한 목소리였다.
-혜담? 이름 예쁘다! 난 하윤이야. 유하윤!

그런데.. 혜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닌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었던가?

아무튼 혜담의 눈을 앞머리로 가려져서 볼 순 없었지만 입은 옅은 미소를 띠고있었다. 그 미소가 진짜웃음인지 가짜웃음인진 모르겠지만.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나는 혜담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친하게.. 지내..?
혜담은 살짝 올라가있던 입꼬리를 귀에 걸리도록 올리고 웃었다.

웃음소리는 찢어질 듯했고 학교 전체가 울리는 듯 했다. 난 그런 웃음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있으면 소름이 돋았고 혜담의 웃음은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난 순간 손으로 귀를 막았고 혜담을 놀란 채로 계속 보았다.

난 혜담의 앞머리로 덮인 눈을 보았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보이는 눈은 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동자가 깊이 가라앉아 허공을 삼키듯 공허했고, 거기엔 아무런 생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의 눈처럼.
그리고 어딘가…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점 같았다. 죽은 사람의 눈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차갑고, 텅 비어 있으면서도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혜담은 어딘가 익숙했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마치 전부터 알고 있었던것 같은 얼굴이 머리카락 틈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기억났다. 혜담의 정체가.
-이혜담..!
난 놀라 소리쳤다.

내 말에 혜담의 웃음소리는 더 더욱 커졌다.

2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이었다.

-야, 이혜담. 이것 좀 주워와.
누군가가 툭 던진 공책이 교실 바닥을 미끄러지듯 굴러갔다. 교실 맨 뒷편 의자에 앉아있던 혜담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쭈뼛거리며 손을 뻗었지만, 난 발로 공책을 툭 밀어버렸다.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아, 발이 미끄러진 건가?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따라 웃으며 혜담을 내려다보았다.

혜담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공책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또다시 공책이 멀리 밀려갔다.

-혜담아, 왜 그렇게 느려? 빨리 주워와야지~

주변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 곳에는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혜담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모두가 비웃기만 했다.

그날 이후, 혜담은 나와 친구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이거 해봐, 혜담아.
-너 이거 못 해? 넌 정말 잘하는게 뭐야?
-어? 울어? 아니지?
-에이, 미안~ 장난 한 번 친건데 그런 걸로 우냐~ 쪼잔하게. 우리 혜담이 몸집도 작은데 속도 좁아서 어떡해~?

장난이라며 사과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혜담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눅 든 모습이, 나는 왠지 우습고 혜담을 놀리면서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짜릿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었고, 혜담은 점점 더 말이 없어졌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구석에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혜담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처음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혜담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학 갔나 보지.
-뭐, 상관없잖아. 원래 말도 없던 애였고.

친구들과 나 모두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서 한 학생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중학생 A양, 극단적 선택… 왕따 정황 드러나.”

그 순간, 나의 손에서 리모컨이 툭 하고 떨어졌다.

혜담이… 죽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숨이 턱 막혀왔다.


그렇게 지금.
혜담, 아니 혜담의 형상을 한 존재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제 기억났어?"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앉아 나의 머리를 꽉 부여잡았다.
-어째서..
나는 소리쳤다.

그 순간 아이들이 도착했다. 문을 열자 교실 뒷편에서 소리치고있는 날 본 친구들이 놀란 채로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 쳐다보기만 했다. 심지어 날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혼자가 된 느낌은 두려웠고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혜담은.. 내게만 보인다는 사실을.
사과하기엔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하는 변명 따위로 밖에 안 보이겠지만 진심이야..정말......

사과를 거듭했다. 거듭된 사과에도 혜담은 받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너도.. 똑같이 당해봐..

나는 숨을 헐떡이며 교실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심장이 뛰었다. 혜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윤아, 아직도 모르겠어?

그 목소리는 너무 가까웠다.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들렸다. 귓가를 타고 내려오는 듯한 소름돋는 숨소리까지.

-그때도 그랬어. 네가 날 발로 차고, 내 급식판을 쏟아버리고, 내 책을 찢어놓고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은 안했어.

-그, 그만해... 미안하다고..!!
난 나의 두 귀를 막았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막아도, 아무리 막아도 송용없었다.

-하윤아, 이것 좀 주워와.
혜담이 내가 가지고 있던 핀을 빼앗아, 저 멀리로 던졌다.

순간 교실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일그러지고, 창문 바깥에선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날 보고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눈과 입이 없는 검은 찰흙으로 변해 있었다.

-하윤아, 왜 그래?
-너, 우리랑 같이 가기로 했잖아.

입이 없는 얼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물렸다. 친구들이 다가올 때마다 울리는 발소리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같이 가자, 하윤아.
-우린 친구잖아.

-싫어! 오지 마!
는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나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였다.
찰흙들이 손이 뻗었다. 차갑고, 딱딱한 손길이었다.

-하윤아, 왜 그렇게 느려? 빨리 와야지~
-하윤아, 너도 한 번 당해봐.

속삭이는 목소리들은 점점 겹쳐졌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귀를 막아도, 흔들어도, 소리는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서 울렸다.

-너 이거 못 하지? 너 정말 잘하는게 뭐야?
-어? 울어? 아니지?

-네가.. 나한테 한 그대로.. 똑같이 해줄게..
혜담이었다.

그 순간, 나의 눈앞에 한 장면이 펼쳐졌다.

교실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소녀. 물에 젖은 머리카락. 손목과 무릎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초점없이 텅 빈 눈동자.

중학교 때... 내가 봤던 그 장면이었다.
난 눈을 감고 소리쳤다.

-그만! 제발! 미안해!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차가운 손이 나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이제 네 차례야.
그 고통과 원망, 슬픔이 묻어나는 웃음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The end

작가의 말

왕따,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어쩌면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까운 기억으로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장난처럼 시작되고, 가벼운 농담처럼 넘겨지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단순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왕따는 쉽게 시작되지만, 결코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평생 기억할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도 그날의 조롱과 비웃음, 외면당한 순간들은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렸으니까", "장난이니까"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방관자도 또 다른 가해자입니다.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그 폭력에 동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른 척하는 것이 가장 쉽지만, 누군가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갑니다.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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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열등감이 (제 기준으로)많이 좋아해주셨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굉장히 떨면서.. 이 글을 썼어요.. 흑흑..아무튼 다음 글 역시도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하하... 아, 1~5까지 다 따로 올렸는데 너무 따로따로 보면 뭔가 급전개?느낌이나서 이렇게 몰아보기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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