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이제 넌.. 필요 없어."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 나는 필사적으로 날 속이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낡은 책상 위, 어설프게 새겨진 우리의 이름 두 글자가 야속하게도 눈에 들어왔다. 함께 웃고, 울고 속삭이던 시간들이 저기 저 낡은 나무의 뿌리처럼 박혀 있는데.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기억 속 깊숙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려 한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야윈 손끝으로 이름을 쓸어본다. 희미해진 글자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잊혀져 가겠지.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멍청한 너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