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유성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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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23:15조회 102댓글 0빙화
BL /

한(Stray Kids) - 유성우
https://youtu.be/YsvbN665LZE?s…

반복 재생 해주세요!





"외계인은 우리 주위에서 몰래 살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면 나도 외계인이라고 해봐라."
"너 외계인이야?"
"아니?"
"외계인일 수도 있지. 너의 가까운 조상 중에 외계인이 있다면 너는 외계인인 거야."

그는 언제나 이상한 망상들을 내뱉었다. 밖에 눈이 와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심한 것 같았다. 외계인은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좀 무서워. 그 뒷말은 내가 맞춘 입에 의해 삼켜져 들리지 않았다.


항상 그랬다. 어느 날은 오이에 꽂혀서 오이가 사람을 잡아먹을 거라 하고, 또 다른 날은 유선 이어폰이 AI를 다룰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며칠 전에는 모자의 꿈은 무릎에 씌워지는 거라고 했다. 앞구르기, 뒤구르기 해서 들어도 현실성은 제로인, 그런 무의미한 말. 그런 말을 다 들어주는 내가 내심 대견했다. 그래도 항상 헤헷하며 웃는 그가 예뻐 계속 들어주었다.

오늘도 침대에서 엉클어진 머리를 서로 풀어주다가 웃고, 어기적 걸어나와 토스트기에 넣었던 식빵을 빼 크랜베리 잼을 발라 먹고, 캐라멜 라떼 한 잔씩 마시며 아침 뉴스를 보고, 화장실에서 멍하니 양치를 한다. 아직 잠이 안 깨 계속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입을 헹구니 옆은 이미 넉다운. 칫솔을 문 채로 잠들어있었다. 익숙하게 대신 이리저리 양치질을 해주니 이내 눈을 뜨고 입을 헹구었다.

소파로 다시 어기적, 걸어가 티브이를 켜고 그를 안았다. 나보다 한 뼘 정도 작은 그는 내 품에 속 들어와 인형처럼 안고 있기 편했다. 익숙하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곤 뉴스를 시청했다. 그는 갑자기 픽-하며 웃었다. 거울에 비친 우리의 머리가 마치 거위의 가슴 털 같다고 했다. 정말 그다운 뜬금없는 비유였다.

뉴스엔 그저 그런 내용이 나왔다. 실종 사건, 불륜 후 살해 사건, 화재 사건, 아이돌의 빌보드 진출, 동물원을 탈출한 암사자, 내일이면 새해.. 그의 눈을 커지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이따 새벽에 유성우가 떨어진대! 나 관찰기구 가도 돼?"
"일주일 동안 시간 냈다며. 연말이니까 나랑 온종일 있기로 했잖아."
"너도 같이 가면 되지."
"아이, 싫어. 거긴 침대가 너무 딱딱해. 티비도 구식이잖아."
"..알겠어."

그는 입을 삐죽거리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게 귀여워 볼에 입을 맞추려 하자 손바닥으로 막으며 이리저리 피했다. 결국, 그 손바닥에 입을 맞추자 못 말린다는 듯이 몸에 힘을 빼었다. 완전한 나의 승리였다.



반짝.
반짝? 저게 뭐야. 우리 베란다엔 반짝일만한 게 없는데? 그는 먹던 치킨을 내버려두고 반짝인 쪽으로 뛰쳐나가 베란다 문을 열었다. 훅 들어오는 찬바람에 코끝이 시렸다. 그는 입김을 내뿜으며 반짝였던 물체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게 뭐야?"
"UFO! 외계인이 타고 있을 거야."
"그 구멍 숭숭 뚫린 동그란 돌멩이가..?"

저가 아는 UPO란, 외계인이 타고 다니는 접시 모양 비행 물체였다. 저런 작고 동그란 돌멩이와는 거리가 멀단 말이다! 구멍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보니 보통 돌멩이는 아닌 듯했지만, 저 조그마한 것에 외계인이 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돌멩이를 소중히 들어 올려 방으로 가져갔다. 거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 나는 날개를 억지로 먹으며 틀어놓은 영화에만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영화마저도 우주로 이어지니 진절머리가 나 꺼버렸다. 아 맞다, 그가 요즘 유행한다는 SF 영화라고 틀은 거구나.

"미안, 난 이제 우리 행성으로 돌아가야돼."
".. 뭐? 네가 왜?"
"난 외계인이니까."
"무슨 소리야! 너 나랑 유치원 때부터 알던 사이거든, 너희 부모님 외계인 아니시잖아. 외계에서 왔다는 말도 들은 적 없어. 그분들이 나랑 비밀을 만드셨다고? 와, 진짜 비현실적이다."
"우리 부모님도 모르셨겠지. 네가 그렇게 부정한대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외계인이란 건 사실이니까."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부모님도 엉뚱하신 걸 알았지만, 십몇 년간 본 그들의 아들이 이렇다니. 아무래도 지난 몇 달 동안 연구에 몰입해 미쳐버린 게 틀림없다. 어이없다는 듯이 뚫어져라 바라보니 입을 삐죽거리다 말을 시작했다.

"증거라면 당연히 있어. 이걸 봐."

그러며 그가 내민 돌멩이에선 어떤 물체가 튀어나왔다. 말랑하다 못해 미끄럽기까지 한 그 물체는 익숙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지겹게 그리던 머리에 꽃 달린 캐릭터. 대체 정체가 뭔가 했더니 외계인들도 그리나 보다.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의 생물이래. 다른 공간에서 본능 하나로 똑같은 걸 그리고 있었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아?"

눈을 빛내며 물어오는 그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잽싸게 그의 부모님께로 전화해 일러바쳤다. 어머니 쟤가요, 갑자기 빛나는 돌멩이를 들고 와서는 지가 외계인이라는 거 있죠. 그는 내 손에 있던 폰을 뺏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내 놀란 부모님의 목소리와 이내 웃으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우리가 외계인이었다니, 놀라운걸?"
"그래서 우리 행성으로 가야 한다? 몸조심하렴."
"네 아버지,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근데.. 내가 걱정되는 건 그 아이란다."

시선을 나에게로 옮긴 그는 살짝 웃어보이곤 다시 거두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말할게요. 네, 들어가세요, 저도 사랑해요. 통화를 마친 그는 당황한 나에게 폰을 돌려주곤 방으로 잽싸게 들어가 무언가를 꺼내왔다.

"식물씨 아냐?"
"맞아. 우리 행성에만 자라는 거래. 이거 베란다에 잘 키워."
"이건 왜 주는 건데?"
"나 안 보고 싶어?"
"응. 멀리 가버려. 이젠 꼴도 보기 싫어."
"헤헷, 그래도 잘 키워."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다시 소중하게 돌멩이를 들곤 베란다로 걸어갔다. 정말 가려는 것 같았다. 이대로 놓치면 언제 볼지 모른다. 어쩌면 평생 못 볼지도.. 성큼 걸어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 진짜 가게?"
"응. 난 외계인이니까."
"넌 진짜.. 항상 최악이야."

헤헷, 정말? 그는 돌멩이에서 손을 떼고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돌멩이는 허공에 둥둥 떴다. 저런 거면 왜 애지중지 든 걸까. 그는 내 목에 팔을 감곤 입을 맞춰왔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색다르게 느껴졌다. 베란다 문이 열려있어 그가 작게 떨었다. 그걸 핑계로 더 꽉 안았다. 사실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네가, 외계인은 사랑할 수 있냐라고 했지, 난 할 수 있다 생각해. 네가 널 이렇게 사랑하니까."
"우린 다시 만날 거야. 그때도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너의 가설이 옳은 거겠지."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돌멩이와 함께 빛으로 사라졌다. 집에는 싸게 식은 치킨과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른 영화, 그가 남긴 씨앗만 남아있었다. 영화가 꺼진 티브이에선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도 유성우가 내린다는 속보를 보았다. 올해에는 너가 올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집에 온 게 무색하게도 여느 때와 같이 한적했다. 정장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우리가 함께했던 그때는 정장이라곤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는 것밖엔 몰랐는데. 어느새 서른이 넘어 사회에 찌든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나니 너가 한순간의 환상인 것도 같았다. 주변인들은 이별을 왜 그렇게 포장하는 거냐며 입을 놀렸다. 자신의 상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너는 얼마나 용감한 이었을까. 결코, 무시당할 사람이 못되었다. 예전의 내가 후회되기만 했다.

7년전, 너가 떠난 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때쯤, 나는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뉴스를 보고 무작정 겨울 밤바다로 나갔었다. 유성우는 춤추는 비처럼 떨어졌다. 아참, 너와 같이 샀던 카메라를 들어 그 장면을 찍었지만, 어찌나 급했는지 초점이 다 흐려버린 형편없는 사진이 나왔다.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모래사장 위에 앉았다. 코끝이 시리고 입김이 나왔다. 하지만 내 마음만은 뜨거운 여름이었다. 네가 없는 어떠한 밤들보다 아름다웠다. 유성우들이 구름 뒤로 사라지는 걸 보고 아쉽고 슬펐다. 끝없이 드는 생각은,

네가 내 옆에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너에게 이 별들을 선물삼아 가득 안겨주고 싶다

물끄러미 바라보면 붉어질 너의 볼이 그립다

너와 영원을 말하고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네가 보고 싶다.



어느새 베란다 전체를 뒤덮었다. 외계 식물이라 키우는 법도 없어서 그냥 화분에 흙이랑 씨앗 넣고 물 줬더니 베란다를 휘감는 덩굴이 되어있었다. 눈을 털어주고 거실로 돌아와 치킨을 뜯으며 제야의 종을 기다리다 8년 전 그 SF 영화를 틀었다.

그동안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몰아치는 업무에, 닦달하는 상사, 결혼하라는 주변의 잔소리 등.. 그동안 많은 연애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했지만 하나같이 다 정이 가지 않아 금방 식었다.

여기선 이제 자려던 주인공이 외계 생명체와 조우한다. 쓸때 없이 거창하게 표현했다. 실제론 안 저런데. 외계인은 인간에게 해만 끼칠 뿐이다. 인생에 도움 하나도 안 돼.

날개를 뜯으며 영화에 몰두하다 베란다에서 쿵 소리가 났다. 뭐야, 베란다에 걸어둔 빛 장식 때문에 새가 부딪힌 걸까. 고개를 돌리니 금발의 생명체가 제 베란다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내 창을 열고 거실로 들어온 너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 몇 광년을 달려오다 보니 늦었네. 헤헷."

"외계인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거, 진짜였어."

새해라는 축하 알람이 들려왔다.



왜 이제서야 와,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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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빙화에요!

2025년 한 해를 이 글로 마무리하게 되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curious.quizby.m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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