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9 13:53•조회 40•댓글 0•한지우
<Pieta>
비가 내리고 있었다. 11월의 로마는 겨울의 초입에서 이미 한기와 침묵을 품고 있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어둡고 조용했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숙소로 돌아간 듯했다.
그녀는 발끝으로 성당 안을 걸었다. 물기 묻은 코트를 벗어 팔에 걸고, 천천히 오른쪽 통로를 따라갔다. 마치 누군가의 품을 더듬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걸음이었다.
피에타.
그녀는 그 조각 앞에 멈춰 섰다.
눈앞의 마리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아들 예수를 품에 안고, 눈을 감고 있다. 고통은 있지만, 울지 않는다. 부드러운 얼굴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죽음을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그녀는 한참을 서 있었다. 시간의 감각이 사라졌다. 대리석이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 한 줄기가 떨어졌다.
“엄마.”
그녀는 속삭였다.
“당신도 나를 이렇게 안아준 적 있었을까요.”
서른여섯 살의 겨울, 그녀는 엄마를 떠나보냈다.
폐암 4기. 9개월을 버텼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구토, 그 와중에도 엄마는 끝까지 괜찮다고 말했다. 마치 그 조각 속 마리아처럼.
마지막 날, 병원 침대 옆에서 그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차갑고 마른 손이었다. 숨이 끊기기 전, 엄마는 그녀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무슨 뜻이었을까.
자신보다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에서 그녀를 혼자 남기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이었을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지 마,”라는 말도 끝내 하지 못했다.
대리석 속 마리아는 단지 예수를 안고 있을 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피에타 앞에 앉았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종교가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도하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론가 닿고 싶어서.
“나는 아직도 당신이 필요해요.”
그녀는 마리아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당신을 안아드릴게요. 차가운 대리석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으로.”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종이 하나를 꺼냈다.
엄마가 말년에 쓰던 메모장 한 귀퉁이였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사랑은 기억하는 것.”
그녀는 종이를 접어 피에타 조각상 아래, 초 한 개 옆에 살며시 놓았다.
성당을 나왔을 때, 비는 멈춰 있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구름 사이로 빛이 한 줄기 내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말했듯, 슬픔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가 된 듯했다.
-By 한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