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질퍽청춘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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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0 22:19조회 139댓글 13유건
막 찾아온 여름은 지겹도록 끝나지 않았다.
땀에 축 젖어 질퍽질퍽. 눈물 적셔 질퍽질퍽.
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

보통 질퍽거리는 모든 건 나에게 불쾌감을 준다. 이번 여름도 별반 다를 건 없겠지.

- 존나 습하다.

- 축구나 작작 하고 말하지?

역시 개새끼는 남고딩 사이에서 축구가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축구는 입시에 찌든
우리의 유일한 도파민이자 낙···.
그러니까,

- 니가 매일 보는 원빈이나 성한빈과 비슷해.

- 존나 엄청난 거네.
- 너 이상원 아냐? 개 섹시해 진짜···.

또 시작이다. 개새끼의 체인남 사랑. 보플인지 밥풀인지 그게 그렇게 좋은가? 도무지 손목에 체인 두르고 춤추는 남자가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 같이 등교하는 길도 변함없이 습해서 질퍽거렸다. 이러다 익사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개새끼는 이미 다른 주제로 넘어가 떠들고 있었다.

- 수학여행은 어디로 가려나?


질퍽질퍽청춘


우리반 앞으로 50명 가량의 인파가 몰려왔다. 공학에서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누가 야차를 뜨거나 아니면 공개 고백을 박거나. 근데 이 두 가지가 한번에 이뤄진다면? 그날부로 고딩들의 도파민이 폭발해 학교가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우리반에는 눈치가 전혀 -순화시켰다.- 없는 찐따가 하나 있다. 머리는 뭐 폭탄 맞은 것 같고 생긴 건 음-. 생략하겠다. 아무튼 그 친구는 개학 일주일만에 반장 선거에서 뽑아준다면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겠다는 선언을 한, -2표 받았다.- 나대기는 존나 나대는데 수요도 재미도 없는. 모두가 그의 짝녀를 불쌍해하는 그런 새끼가 하나 있다.

그 친구의 절친, 2표 중 한 표의 주인공, 편의상 사우디아라비아라고 칭하겠다. 왜냐? 그 친구 머리에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재치고 산유국 1등을 노려볼 정도의 기름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폭탄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차를 뜬다.

- 씨발아, 쳤냐? 쳤냐고.

- 그래, 쳤다. 니 따까리 해주니까 만만하냐?
- 병신 주제에 뭐라도 된 것 같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어제 본 체인스 무대보다 가관이었다. 초딩 싸움을 보는 듯 다들 한심하게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인파가 20명을 넘기지 않았는데···.

- 내가 니 그 소중한 비밀 까야 정신 차리냐?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발했다. 뭐 엄청난 비밀이 있는 모양인데, 해봤자 모고 개처망했다던가 야자를 빼먹고 PC방을 갔다던가 그런 거 아니겠냐, 하고 말았다.

- 그래, 씨발. 나 쟤 좋아한다. 어쩔래?

폭탄이 가르킨 손가락 끝에서 개새끼가···· 있었다. 순간 나는 방탄소년단 뷔가 블랙핑크 제니한테 청혼하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심정을 느꼈다. 개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우리반 앞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곳곳에서 개새끼의 이름과 받아줘! 받아줘! 가 연호되고 있었다.

그리고 개새끼의 표정은··· 씨발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쟤랑 5년을 보면서 저정도로 혐오하는 표정은 처음봤다. 개새끼는 극관종 성향이라 -참고로 나는 정반대다. 관심 받을 바에는 죽음을 선택한다.- 웬만하면 이런 상황? 즐기면서 넘어간다. 하지만 엮이는 상대가 폭탄 머리 미친놈이라면···

- 씨발 뭐라냐? 쟤?

역시는 역시다. 귀여운 푸들의 얼굴을 가지고 숨기지 못한 치와와의 성깔. 강아지가 아니라 개새끼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뒤 상황은 노잼으로 흘러갔다. 쌍욕과 함께 까인 폭탄을 도망쳤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머쓱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이 이후 나는 개새끼가 얼마나 빡치고 황당했는지 하소연을 들어야 했고 그날 이후 개새끼의 별명의 공개고백녀가 되었다. 질퍽한 여름의 초장에 제법 어울리는 인트로였다.

장마가 다가오고 있다.

https://curious.quizby.me/ugun…

^ 퇴고 없어요 장편이에요 큐리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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