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는 여름의 잔여가 아직 남아 있었다.
햇살은 물 위에서 부서져, 조각난 금빛처럼 흩어졌다. 바람은 느릿하게 풀잎 사이를 스며들며, 잔잔한 물결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래전 이 강가에서 기다리던 날들의 흔적이 물 위로 잔잔히 퍼져, 미세한 파문을 만들었다.

어떤 웃음, 어색하게 마주 잡던 손, 말없이 건넨 조각 빵—단순한 순간들은 물결 속에서 조용히 부서지고, 빛과 그림자로 번졌다. 강을 따라 흘러가는 바람은 오래된 기억과 현재를 뒤섞으며, 잔물결을 끝없이 흔들었다.

물은 천천히 흘렀다. 드리운 나무 그림자, 떨어지는 낙엽, 부서지는 햇살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서로 스며들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은 물 위에서 반짝이며, 사라진 순간들조차 물결의 미세한 파동으로 남아, 천천히 이어졌다.

강둑 위로는 풀잎 사이에 잠긴 작은 빛들이 반짝였고, 물안개가 강 위를 흐르며 숨 쉬듯 퍼졌다. 물과 바람, 햇살과 나무 그림자가 뒤엉킨 풍경 속에서, 흘러간 모든 조각들은 오래된 기억 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불꽃처럼 흔들렸다.

낙엽 한 장이 물 위로 떨어졌다. 잎은 천천히 돌며 흘러갔다. 햇살에 금빛이 스며들고, 물결은 가볍게 흔들렸다. 지나간 사랑과 삶의 흔적, 계절의 끝자락에서 흘러간 시간들이 서로 겹쳤다. 끝까지 빛을 잃지 않은 잔물결은, 흘러가는 순간마다 작은 조각들을 길게 늘어뜨렸다.

강가를 떠나며 뒤돌아본 물빛은, 여름의 끝자락을 고스란히 담아 잔잔히 흔들렸다.
흘러간 시간의 그림자들이 물결 위에 스며들어, 사라진 것과 이어진 것들이 서로 얽히며 미세하게 반짝였다.
낙엽과 햇살, 바람과 잔물결이 뒤섞인 풍경 속에서, 흘러간 모든 조각들은 오래된 기억 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불꽃처럼, 물 위에서 길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빛의 잔향은, 시간과 계절이 아무리 흘러도, 강이 모든 것을 삼켜도, 사라진 것들과 남은 것들이 한없이 겹쳐진 채로 끝없는 여름의 한 순간 속에서, 물 위를 떠도는 파동처럼 부드럽게 깜박이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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