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버지였다.
숨이 막혔다. 움직일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숨어야 해, 그렇지만 어디로… 발이 안 움직였다. 그때,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안 돼, 오지 마. 내가 어떻게 이룬 평범한 삶인데….
“버르장머리 없는 년. 기껏 키워줬더니 이런 식으로 도망을 쳐?”
“루비, 어딨어!”
아버지가 내 머리채를 잡았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무시해… 제발, 제발.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름까지 생겼니? 아주 거지 같은 이름이군.”
리오가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아주머니가 그의 입을 막았다. 아주머니는 그를 데리고 사라졌고, 마지막까지 내 이름을 부르던 리오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들이 사라진 후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회귀가 다시 시작되었다. 절망의 기억뿐인 그 지하창고에서.
더 이상은 잘 모르겠다. 아마 며칠을 지하창고에서 울다 잠들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너를 잊고 싶지 않아 하염없이 네 이름을 속삭였다. 그러면 와줄까 봐, 다시 내게로 와 웃어주기라도 할까봐….
“루비!”
모두가 잠든 새벽, 익숙한 얇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오? 그렇지만 기억을 잃었을 텐데…? 작은 빛이 새어 나오는 천장과 가까이 위치한 창문 틈으로 리오의 눈이 보였다. 천장은 생각보다 낮았기에, 제자리에서 뛰면 리오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너의 얼굴이.
“네가 어떻게 여길… 아니, 애초에, 기억…을…”
“너무 늦었지? 미안해. 그게, 방금 기억이 막 나서… 아, 일단 꺼내줄게.”
밖에서만 열리기에 한 번도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창문이 너에 의해 열렸다. 전보다 더 밝은 빛이 어두운 지하 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창문으로 너의 하얀 손이 보였다. 손을 붙잡았다. 어쩌면 이 회귀가 계속되더라도 너와 함께라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도 이곳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리오는 기억이 돌아오자마자 근처의 모든 저택들의 지하창고를 찾았다. 저택 아래에 창문이 보이는 곳엔 내가 있을까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렇게 리오는 나를 구원했다.
그리고 달빛만이 우리를 비추는 내가 처음 발을 디뎠던 그 잔디밭에서, 첫 키스를 했다. 나의 첫 키스는 달콤하고도 아찔했던 밤공기로 기억될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영원한 사랑을 기약했다.
“다시 또 네가 여기로 돌아온대도, 내가 다시 널 구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너의 존재를 영원히 기억할게. 모두가 잊더라도.”
사람을 따위 믿지 않던 내가, 감히 그런 너의 말을 믿어도 될까? 답은 정해진 듯 해.
“좋아해…”
___
By. 유하계
자국 없는 발걸음이 이 소설의 에필로그 입니다 😚
💬
https://open.kakao.com/o/sw0uL…🔗
https://curious.quizby.me/Yu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