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부드럽게 퍼지는 카카오 열매의 향은 끝에 쓴맛이 남는다. 오독오독 씹히는 것, 또는 부드럽게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 어릴 적부터 그랬다. 태어나자마자 처음 먹었던 식품이란 바로 초콜릿. 그것도 아몬드 초콜릿. 치아도 없었던 나는 그것을 계속 핥고 핥아, 닳도록 핥아 으깨지도록 먹었다. 남은 아몬드 찌꺼기는 뱉거나 통째로 삼켰다. 나는 그 첫 맛을 잊지 못 한다. 그 쌉싸름한 카카오의 맛을.
초콜릿과 함께 춤을 춘다.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고, 스텝에 맞춰 양발을 하나씩 오른쪽으로 옮긴다. 그리고 턴. 다시 반대로 턴. 이것을 반복하면 어느새 빠져있는 것은 춤이 아니라 초콜릿이다. 노래는 왈츠였으나 춤은 상당히 에어로빅 댄스였다. 얼마나 숨이 차올랐으면, 춤을 추는 도중에 나가 숨을 몰아쉬었다. 예의가 아님을 앎에도.
- 미안해요, 숨이 차는 바람에.
초콜릿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번엔 다시, 아주 천천히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쌉싸름한 맛. 달콤한 향. 미적지근한 온도. 분위기가 무르익어감과 동시에 초콜릿의 발과 손은 아주 느리게, 하지만 빠르게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음악에 취해 있었음에도 손에 붙는 끈적한 감촉은 느낄 수 있었다. 초콜릿은 녹는다. 아주 느리지만, 빠르게.
- 안 돼, 안 돼요...
손과 발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뿐더러 이젠 몸통도 사라져 옷은 초콜릿 더미에 파묻혔다. 내 손은 이제 초콜릿이 아닌, 공중에 홀로 떠 있다. 초콜릿은 이제 없다. 공중에 남은 내 손과, 바닥에 흘러 신발까지 닿인 갈색의 점성 액체, 그뿐.
- 또, 또 혼자 남았어...
나는 목을 매달았다. 더이상 남은 초콜릿은 없어. 이제 혼자 뿐이야. 그렇게 세뇌하며 동앗줄을 잡고 의자를 발로 밀었다. 목젖이 성대에 닿을 것 같아 혀가 저절로 나오게 되었다. 괴물 같은 소리는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일까. 의자의 발목을 바라보았고, 곧 후회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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