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쓸쓸함, 따스함, 그리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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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9 18:17•조회 34•댓글 2•LOVELIGHT
쓸쓸함
참 외로워요, 이런 날들은.
항상 버려질 것을 알면서도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지독하기도 해서요.
창밖에 맺힌 이슬을 바라보면서 사랑도 저 이슬처럼 아름다웠으면 하는 허무맹랑한 바람을 품어보아요. 누가 그랬죠? 끝사랑이 아니라면 아름다울 수 없다고.
하지만 분명 저는 끝사랑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끝맺음을 가진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고 착각했어요.
그래도 이제는 됐어요.
제가 바보 같았던 거네요. 제가 멍청하게도 당신을 다시 한 번 믿어버렸던 거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게요. 바보 같이 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게 참 가관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이제 당신의 진심을 잘 알았으니 다시는 보지 않도록 해요.
정말 사랑했나요? 정말로 저에게 일말의 감정은 남아있던 건가요?
만약 그랬다면 애틋한 인사는 하지 말아주세요. 무른 마음을 가진 제가 당신을 마음껏 욕하고 미워하도록 놔두어주시면 좋겠어요. 끝까지 제 연애사의 악역이 되어서 제가 죄책감과 미련 같은 건 말끔히 지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제는 모두 됐다고 말했지만 말끝에 쓸쓸함이 따라오는 것은 왜일까요. 이 이야기의 악역은 분명 당신이었는데 왜일까요. 나는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었나요? 제가 틀린 건가요?
그래요, 분명히 사랑했어요. 당신의 목소리와, 얼굴과, 당신이 건네는 달콤한 말들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했을지도 몰라요.
이제는 모두 잊고 싶은데, 흉터일까요? 영원히 남을 흉터는 엉뚱한 심장에 박혀서 지워질 생각을 안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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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 솟구쳐서 피어올라요. 5월의 햇살이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평생을 병실에서 치렁치렁한 링거줄을 매달고 살아온 저에게는 낯선 감정이었겠죠, 분명히. 아니, 어쩌면 그렇게까지 낯설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당신이 감정을 알려줬으니까요. 당신이 이 감정을 따스함이라고 이름붙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던 기억들이 모두 추억으로 다가오네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신을 잊으려면 추억 같은 거 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한 마지막 말을 봐서라도.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요?
나를 바라보면서 평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을 짓고 멍청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믿었냐고 했죠. 그 순간 이 감정을 모두 잊은 줄 알았어요. 당신이 한 말에는 당신이 알려준 감정과 반대되는 차가움을 연상시켰으니까.
그런데 왜 아직도 저는 따스한 감정을 느끼면 당신이 떠오르는 걸까요. 당신은 나에게 따스한 기억을 선사하지 못했는데도, 잊고 싶은 최악의 기억을 안겨주었는데도, 왜 당신은 저를 아직도 괴롭히죠?
그대에게 저를 괴롭힐 자격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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