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8stic: 환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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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8 09:24조회 76댓글 25eo1z
□ SOU



(하루 일과를 말해주세요)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려나

우선,

어제 아침 청바지의 뻣뻣한 주름에 화가나서 무작정 세탁기에 집어넣었죠.

세탁기는 파란물을 토했는데

그게 꼭 췌장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짜증이 났어요.

내가 세탁기의 췌장을 망가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래서 줄어든 청바지로 세탁기 입을 막았는데

청바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파란물이

바닥을 적셨어요.

그 위로 신문지를 두 장씩 깔다가 이미 스며든 그 파란물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어요.

그날 저녁

도쿄는 사랑해도 아무것도 없네라는 일본 노래를

서울은 사랑해서 아무것도 없네

라고 바꿔 부르며 혼자 좋아했는데,

오늘은 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거죠?

아 하나 기억나는 게 있어요

여기 오기 전에 낮잠을 잤는데

모세혈관이 너무 무서워서 깼어요.

우릴 반쯤 낚아챈 손아귀 같지 않나요?

눈을 돌리면 보이는 새빨간 혈관들.

손 위로 포개어진 파란 혈관들.

두려워서 이상한 꿈을 꿨죠.



소라껍데기 안에서 나체의 사람이 기어나왔고,

새의 날개가 깃털의 결을 따라 인간의 갈비뼈로 변했어요.

이러다 모든 게 인체가 되면 어떡하지, 하다가

입술을 뜯으며 깨어났어요.

궁금해요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죠?

정말 모르는 문제는

길가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요.

정확히는 길가로 뛰쳐나가고 싶어져요.



당신도 그럴 때가 있나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떠오르네요.



'육체적 고통을 주세요 — 그것은 참을 수 있지만, 정신적 고통, 영혼의 고통은 참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새버렸네요.

이제 다음 질문 주세요.



큐리어스 : https://curious.quizby.me/5e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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