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忘却)

텅 빈 방, 식어버린 커피. 희미한 향기처럼 너에 대한 기억도 바래져간다. 따뜻했던 웃음, 선명했던 눈빛은 이제 흐릿한 잔상으로 남아 지워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너는 잊혀져 가고, 나는 홀로 남겨진다.

좋아했던 너의 이름조차 잊었을 때,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슬픔. 붙잡고 싶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나 빠르게 흘러간다.

문득 스치는 바람에 너의 향기가 느껴질 때, 잊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희미하게, 산 속에 들리는 환청 같은 목소리. 잊혀짐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일지 모르지만, 널 잊는 건 내 삶의 일부를 잃는 것과 같다.

흐릿한 기억 조각들을 모아 당신을 떠올린다. 비록 희미해졌을지라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너와의 사랑, 추억이 아련한 슬픔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지워지지 않을 낡은 낙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