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zeoz…밤산책을 하던 도중 까만데도 몽글몽글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보았다. 분명 하늘은 새까만데, 구름만은 하앴다. 마치 이 세상에 어울려 함께 살아갈 줄 모르는 나마냥, 구름은 유유히 하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사진이...”
구름 사진이라도 한 장 건지려 핸드폰에서 카메라 앱을 실행했다. 내 눈엔 훤히 보이는 하늘 속 구름이, 카메라엔 희끗한 외곽선조차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혀를 끌끌 차며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주머니 속 따뜻한 모피 가죽이 손의 출입을 반겼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내가 머무를 곳은 없었다. 내 편 또한 없었다. 매일을 혼자 외로이 살아도 사람들은 그저 남한테 시선을 주기 보다는 자신에게 더 시간을 쏟곤 했다. 화장이라던가, 운동 같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에, 또한 나도 그랬기에 쓰라리는 이 고통은 멈출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수야.”
뒤에서 누군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공허한 배경 속 그 한 마디가 정적을 깨트리며 주위에 울리는 듯싶었다.
“아, 노아구나.”
그나마 제일 친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번에 말할 수 있는 이름이 바로 노아였다. 그 어디에도 내 편이 없다 느낄 때 첫 구원을 내밀어준 이도 그랬다. 노아였다.
“이 야심한 밤에 혼자 뭐 해?”
내가 하늘을 보고 있었던 걸 알면서도 행동의 경위를 묻는 게, 혹시나 내가 허튼 생각이라도 할까 봐 그랬나 보다. 내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 구름 말이야. 왠지 나 같아서. 세상에 녹아들지도 못하고 혼자 튀어 허우적대는 꼴이 마치 현재의 나 같아.”
그러자 노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런 구름들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하늘을 만드는 거야. 처음부터 예쁘고 완벽한 모양의 구름은 없어. 모두 서로 깎이고, 바람에 날아가고 해 점차 완성된 모양새를 갖추는 거지.”
노아의 한 마디에 온 분위기가 압도되어 난 더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급히 노아와 헤어진 후 집에 들어가 한참을 궁리했다. 나 같은 못난 구름도 언젠간 하늘에 녹아들 수 있는 걸까? 저렇게 하얘선, 튀고 못나기만 해보이는데. 내가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아직 자신은 없지만, 나를 믿는 게 이 세상 최고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내가 나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 세상에 무겁고 큰 것이 없다는 사실 또한. 그리고, 못난 구름들이 서로 합쳐져 예쁘고 조화로운 하늘을 탄생시킨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