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2:23•조회 33•댓글 0•%
> P. 04-01 파혼합시다 (3)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에리가 들어왔다.
"아가씨, 주인님께서 이 편지를 맡기셨어요~ 운도 좋으셔라."
에니는 푸핫하고 웃더니 편지를 던지듯 건네고 나갔다.
투덜대며 편지를 열어보니 '거절합니다.'라는 문장이 보였다.
..엥?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던 그가 파혼을 거절했다.
귀족 예법을 다시 배우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까지..
"..이 사람들, 레나리아한테 원수라도 졌나."
여전히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다시 한번 편지를 꺼내들었다.
| 다시 생각해 주시길.
| 저희는 감정도 이득도 없는 계약 결혼을 하지 않았나요?
가문의 반발은 제가 잠재워드릴 테니 부디 수락해 주세요. -레나리아-
다시 한번 문 앞에 편지를 두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자리를 뜨려던 순간 벌컥 문을 연 그에게 붙잡혔다.
"또 편지를 쓰셨군요."
그는 나의 편지를 주워 고민 없이 찢더니 말했다.
"진중한 이야기는 직접 하는 겁니다, 부인."
..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파혼이 하고 싶으시다고요."
참아 대답할 수 없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거절했습니다만, 왜 또 편지를 쓰신 겁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빙의 후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통 감을 못 잡겠다.
"제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아니요, 있어요."
말대답하듯 그를 노려보며 답했다.
"저희는 계약 결혼을 한 사이입니다. 서로에게 감정이 없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그런 남편을 둘 생각이 없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어 말했다.
"또한 저희의 약혼으로 더 이상 이익을 볼 수 없습니다."
> P. 04-02 내가 변했다고?
"...이만 나가주세요, 부인."
"네, 다음 만남은 남으로 가지길 바라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왔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방으로 돌아가던 중, 사용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마님, 요즘 변하신 것 같지 않아?"
마님?
"응, 많이 변하셨어.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시고.. 뭐랄까, 다른 사람 같으셔."
변했어?
그의 가문에 나 외의 안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저자들이 칭하고 있는 '마님'은 분명 나다.
보이는 곳에선 태도가 그 모양이면서, 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전에 사용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들키기 전에 부랴부랴 방으로 돌아왔다.
> P. 04-00 그녀의 뒤에서
"..파혼."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그리 애정하시던 마님께서 매정해지셨으니."
"...그래. 상심이 크군, 심각하게."
그의 한숨에 주위가 얼어붙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레나를 저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아닐 겁니다. 마님께서 점점 좋아지시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요."
"외면적으로 좋아진다고, 내면적으로도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
> P. 작가의 말
절대 파혼할 생각 없어 보이는 든든한 카넬🤭
빙의 전, 레나는 어떤 모습이었던 걸까요?
#우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