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속의 목소리 (정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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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23:04조회 46댓글 2한지우
<균열 속의 목소리>
-By 한지우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 조각처럼 조각난 표정이 나를 비웃었다.
심장이 쿵, 또 쿵,
어딘가에서 내 이름을 반복해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매일 밤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희미한 소리가 귓가에 속삭일 때면 현실과 환각 사이의 경계가 서서히 녹아내렸다.

어린 시절부터 균열은 시작되었다.
달빛 아래 그림자가 춤추면 내 존재는 무너져내렸고
그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기록해야만 했다.

“너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어떤 날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대답은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내 방 한 귀퉁이에 놓인 낡은 노트에는
밤새 들은 목소리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사랑, 분노, 두려움이 뒤얽힌 단어들이 종이를 누비며
내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마주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네 차례야.”
내 안의 균열이 더 깊어질수록 현실은 더 단호하게 무너졌다.

아침이 오면 나는 온전해질 수 있을까.
거울 속 휜 눈동자가 사라질까.
아직 모른다.

균열 속 목소리는 오늘도 나를 부른다.
누가 이 이야기를 끝내줄 수 있을까.

-By 한지우


해석_화자는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고, 점차 자아를 잊게 되었다. 화자는 결국 환각의 세계에 완전히 잠식해버렸고,
화자의 마지막 한 마디인 '누가 이 이야기를 끝내줄 수 있을까.'는 자신을 이 환각의 세계에서 구원해달라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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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우/오랜만에 정병글을 써서 그런지 저의 정신도 정병글이 되어버린 듯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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